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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권 없는 사법부… 기재부 깎고, 국회서 또 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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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학회 연구

법관 대다수가 사법부 예산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관 10명 중 9.8명은 사법부 예산이 신속한 판결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9.3명은 사법부 예산이 공정한 판결을 하기에도 부족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사법부의 독립성 자율성 보장을 위한 예산안 편성절차 개선방안 연구’를 주제로 정책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연구자인 한국행정학회는 지난 3월 전체 법관 3150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설문에 참여한 883명이 이같이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사법부 예산은 2조1738억 원으로, 전체 국가 예산(656조600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3%에 불과했다. 2014년 0.42%에서 올해 0.33%까지 감소했다<법률신문 지난 3월 28일 자 ‘예산 푸어 사법부’ 시리즈 기사 참조>. 연일 ‘재판 지연’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됐으나 법조에선 예산 부족 문제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현직 법관들 역시 지연 원인으로 부족한 예산을 꼽은 것이다.


예산권 없는 사법부… 기재부 깎고, 국회서 또 깎고 [이미지출처=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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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불만족 42%가 이직 의향

응답자 대다수는 사법부 예산의 독립성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사법부 예산을 좌우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에도 판사들은 공감했다.


예산이 얼마나 독립적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99.1%는 사법부가 행정부(기획재정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 못하다고 답했다. 98%는 입법부의 간섭없이 자유롭게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97.1%는 사법부의 예산에 대해 행정부가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사법부가 산출한 예산요구를 행정부가 변경 없이 예산안에 포함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94.6%에 달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법부에 전혀 권한이 없기 때문에 자꾸 정치권에 부탁을 하게 되고, 그 부탁을 하게 되면 역으로 정치권에서 자기들 부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한 것과 일선 판사들의 의견이 같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보고서는 국제 기준과 비교해 한국이 민·형사에서 효과적인 사법 진행·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재판 처리 일수의 지속적인 증가와 미제건수 증가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비효율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비효율성 원인으로 예산 독립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예산 확보가 필요한 법관 증원 등 인력 충원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설문조사 결과 법관들은 보수에 대해 불만족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가량(42.2%)이 이직 의향을 가졌다고 답했는데, 그 주 원인으로 낮은 보수(91.4%)와 과도한 업무 (75%)로 나타났으며 높은 보수를 주는 법조계로의 진출을 주로 희망한다고 답했다.


기재부가 깎은 예산 연평균 1487억

사법부가 사법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편성한 예산이 정부에서 삭감되거나 편성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선변호료 지원 △소년보호재판지원 △증인지원실 및 면접교섭센터 설치 △아동보호절차 지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업은 물론, △판결서 공개 △형사전자소송시스템 구축 등 국민의 사법접근성과 법원 내 재판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예산이 기재부 심사 후 축소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사법부의 요구 예산안에 대해 기재부는 연평균 약 1487억 원을 삭감한 후 국회로 예산안을 보냈다. 특히 2023년 예산안에선 지속 사업인 국선변호료 지원(-161억 500만 원), 소년보호재판지원(-14억 6200만 원), 아동보호절차지원(-8억5800만 원) 등에서 큰 폭 감액됐다. 가정법원종합지원센터 신축(-7억 원), 일반재판업무지원(-5억 5500만 원) 분야도 감액됐다.


이런 예산의 감액은 일선 법관들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적절히 제공받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57.1%의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예산 등 물적 자원을 적절히 제공받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71.4%의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정부 변경 없이 제출하는 규정 마련”

사법부의 예산을 변경 없이 국회에 제출하는 법률적 규정 또는 예산독립에 관한 헌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보고서는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는 사법부 예산편성에 대한 특별한 헌법적 규율이 없고, 정부에서 정리해 제출하는 예산에 포함시키고 있다”며 “미국과 같이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인정하되 사법부의 예산을 변경 없이 의회에 제출하는 법률적 규정을 통해 독립성을 확보하거나, 일본처럼 국회가 증액과 새 비목 설치가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해 행정부에서 바뀐 사법부 예산을 국회심의를 통해 부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헌법에 사법부의 독립적 예산편성 내용을 규정한 일부 국가들(멕시코, 이라크, 볼리비아 등)처럼 예산독립에 관한 헌법적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사법부 독립의 실질화를 위한 재정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보고서는 “현행 법원조직법과 국가재정법은 정부의 예산편성 시 독립기관 예산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사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법원의 예산을 편성하며 법원의 경비는 독립적으로 국가예산에 계상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법원에서 제출한 예산요구액은 기재부의 예산안편성과정에서 삭감되는 규모가 적지 않으며 이로 인해 국회의 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박탈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독일처럼 사법부의 예산요구서가 수정 없이 제출된다면 이에 기초해 국회의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해당 예산의 필요성, 적정성을 소명하면 될 것이므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는 사법부의 예산 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예산 산출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국민 참여 기회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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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홍윤지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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