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노인 자살률 OECD 독보적 1위
주요 원인은 정신·질병·대인관계
독거노인 위험성 훨씬 높아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민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노인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80대 이상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전체 평균의 2배를 넘어선 상태다. 노년층에 대한 맞춤형 자살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보다 남성 자살률 ‘압도적’
4일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자 수는 1만3978명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7.33명으로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30.7명), 70대(39.0명), 80대 이상(59.4명) 등 자살률이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60대 남성·여성 46.6명·29.6명, 70대 남성·여성 63.9명·18.0명, 80대 이상 남성·여성 115.8명·29.6명으로 나타났다.
실제 자살 시도자 10명 중 1.7명은 60대 이상이다. 보건복지부 ‘2023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자살 시도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60대 이상이 5406명으로 17.6%에 달했다. 자살을 시도한 동기는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었다. 60대는 정신적 문제(28.4%), 대인관계(13.2%), 경제적 문제(10.3%) 순이었다. 70대는 정신적 문제(28.0%), 신체적 질병(21.4%), 대인관계(10.5%)로 나타났다. 80대 이상은 신체적 질병(26.5%), 정신적 문제(25.8%), 대인관계(7.1%)로 집계됐다.
노년층의 경우 정신건강의학적 문제가 많았다. 실제 복용하는 약물이 있다는 응답은 60대 27.9%, 70대 23.5%, 80대 이상 16.5%로 집계됐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신체적 질병을 겪는 경우 많았다. 만성질환·지속되는 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는 60대 35.9%, 70대 46.9%, 80대 이상 48.8%로 나이가 들수록 높아졌다. 이는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사업에 참여한 85개 의료기관을 찾은 자살 시도자들을 분석한 결과다.
◆심리·사회적 문제 등 취약한 환경
독거노인은 배우자·자녀와 동거하는 가구와 비교해 자살의 위험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망의 감소, 배우자·친구의 죽음 등 심리·사회적 문제 등 다각적으로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2021년 12월 ‘노인들의 자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는 노인실태조사에 응답한 만 65세 이상 노인 1만299명을 대상으로 독거노인 2563명, 비독거노인 7736명을 비교 분석했다.
독거노인의 자살 생각은 신체적·정신적 건강 요인에서 주관적 건강 상태와 만성질환 개수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자살을 생각한 사람들은 63.8%가 건강이 나쁘다고 답했고, 만성질환 5개 이상과 3~4개가 각각 37.0%로 집계됐다. 가족·사회적 요인에서는 자녀와의 접촉 빈도와 갈등 경험이 주요했다. 자살 생각을 한 응답자 경우 비동거 자녀와의 접촉 빈도가 3개월 1~2회 정도 59.3%로 가장 높았고, 자녀와의 갈등이 있다는 응답은 17.9%로 나타났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노화로 인한 신체적 기능 저하와 만성질환·통증 등 신체적 문제는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우울감을 유발한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역시 노인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사회적 지지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1차 의료기관에서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의 어려움으로 고민하는 노인들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동네의원 마음돌봄 연계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연령별 특성을 고려한 사회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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