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띄웠지만, 尹대통령·명태균 녹취공개
성난 민심 수습하는 데 역부족
野 "특검 실시해야" 與 압박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언급한 육성 통화 녹취가 공개돼 공천 개입 의혹이 여권 전체로 불이 옮겨붙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권 쇄신으로 제시한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도 무색해진 상황이다.
1일 여권에 따르면 취임 100일을 전후해 토론회 참석, 지역 행보를 보였던 한 대표는 이날 공개 일정 없이 정국을 구상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취가 공개되며 여권에 닥친 악재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들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이 취임 하루 전인 2022년 5월 9일 명씨와의 통화에서 같은 해 6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영선 후보에 대한 공천을 논의하는 내용의 녹취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이 음성은 명씨가 제3자에게 들려주고, 제3자가 재녹음한 파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지난달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변화와 쇄신 의지로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을 관철하겠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취가 공개되며 특별감찰관 등 쇄신안으로는 수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소권과 강제수사권이 없는 특별감찰관 임명으로 성난 민심이 해소되겠냐는 것이다.
한 친한계 인사는 "김 여사의 사과, 대통령실의 쇄신이 제때 이뤄졌다면 파장이 이렇게 컸겠느냐"며 "민심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김종혁 최고위원도 전날 YTN 라디오에서 "다른 페이지가 시작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특별감찰관이라는 이야기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분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잘 못 하고 있다'도 72%로 취임 후 최고치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김건희 여사 문제(17%)'가 1위였다.
야당도 국민의힘 압박에 나선 상황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대선 경선 이후 명태균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했지만, 그 해명도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특검을 실시하라는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이뤄졌다. 응답방식은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1.1%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