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수수료 수입 증가 수혜
'서학개미' 1379억달러 규모 보유
IB딜 회복 기저효과…미래에셋 '신고가'
증권업계가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작년 투자은행(IB)부문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데다 올해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늘어난 덕분에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이 늘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테마주로 손꼽히면서 금투업계 '맏형' 미래에셋증권은 25일 장중 52주 신고가도 갈아치웠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추산한 증권사 5곳(미래에셋·NH투자·삼성·키움·대신증권)의 올해 3분기 순익 컨센서스는 8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51.84% 늘어난 수준이다. 키움증권을 제외한 4곳 모두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가장 큰 폭의 순이익 증가율이 점쳐지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전년 대비 233.8% 늘어난 2585억원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우호적인 운용환경 속에서 트레이딩 수익이 늘어난 것으로 관측됐다. 홍콩법인 감자 관련 일회성 환차익 1200억원과 더불어 프랑스 마중가 타워 등 해외부동산 관련 평가손실도 일부 인식될 예정이다.
키움증권은 전년 대비 6% 줄어든 19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컨센서스에는 부합하는 수준이다. 이는 트레이딩 부문 자기자본투자(PI) 주식 운용 부진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해외 주식거래 증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동시에 서울 목동 PF 수주 등 IB 딜 수익이 함께 반영되면서 손실을 상쇄했다.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데는 해외 주식 시황 호조에 따른 브로커리지 부문 수수료 수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외화증권은 1379억4000만달러 규모로 전분기 대비 8.3% 늘었다. 결제금액은 1746억7000만달러로 37.5%나 늘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외주식 브로커리지의 비약적 성장이 주목할 부분"이라며 "2분기 전체 주식 브로커리지 수익 중 해외주식 비중이 25%로 전년 대비 7%포인트나 상승한 바 있다"고 짚었다.
해외주식의 인기는 미국이 주도했다. 실제로 3분기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 보관금액 중 미국의 보관액 비중은 74.4%였고, 상위 5개 시장이 98.3%에 달했다. 특히 외화 주식은 미국이 보관액 중 90%를 차지해 미국 종목의 ‘대세 구도’가 여전히 뚜렷했다. 테슬라가 3개월 만에 엔비디아를 제치고 보관 금액 1위에 올랐다.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프로셰어즈울트라프로QQQ ETF가 뒤를 이었다. 올해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거듭하면서 직접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해외 주식의 인기는 부진한 국내 주식 거래를 상쇄시키는 요인이 됐다. 실제 국내 주식 거래대금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늘어나는 듯했다가 다시 줄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월 19조4000억원에서 출발한 후 3월 22조700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7월 19조원대, 8월 18조원대, 9월 16조원대로 줄곧 감소했다. 코스피지수는 25일 연초 대비 3.24% 하락한 2583.27로 마감했다. 지난 24일 미국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연초 이후 22.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4.72%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여기에 작년 한 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격으로 IB 부문이 부진했던 만큼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IB 영업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PF 사업에서 이익이 늘어나는 증권사가 많아졌다"고 짚었다. 부동산 PF 신용공여도 다시 늘어나는 분위기다. 지난 8월 16조원대까지 줄었던 증권사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최근 17조원대를 회복했다. 작년 19조원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사업이 재개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증권업종 주가도 오름세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25일 장중 922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기관이 49일 연속으로 주식을 사들이며 주식을 밀어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밸류업 정책으로 2026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을 달성하고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을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자사주 1억주를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증권사들 역시 올해 자체적으로 기록한 신고가에 근접 중이다.
다만 여타 금융주에 비해 증권업종이 밸류업 테마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신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보험주에 비해 주가 상승폭이 제한된 이유로 "은행이나 보험만큼 임팩트 있는 주주 환원책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전향적인 자본정책을 펼치기에는 이익 변동성 큰 것도 원인"이라고 짚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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