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기각 알고도 제기…시장에 혼란"
"시장 불안으로 5% 이상 투자자 손해 봐"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이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제기한 자사주 매입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주가조작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질서 교란 행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MBK 측이 두차례 가처분 신청을 통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의도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오는 23일 시한인 자사주 공개매수에 적극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읽힌다.
박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불법 행위가 규명되면 이들의 공개매수는 중대한 법적 하자를 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은 이달 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함께 공식석상에 선 이후 두 번째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MBK 측이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것을 두고 "이들이 시장을 교란하고 투자자들을 고의로 유인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재판을 통해 명확히 밝혀질 쟁점에 대해 영풍과 MBK는 억지 주장을 유포하며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앞서 MBK 측은 경영권 취득 목적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시작하자마자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을 제기해 회사의 대응 수단을 봉쇄했다. 1차 가처분이 기각되고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서자 곧바로 2차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또다시 기각됐다.
박 대표는 "마치 기각을 예상했던 듯 1차 가처분 기각 결정 2시간 만에, 심지어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 이사회 결의 내용이 공개되기도 전에 1차와 동일한 쟁점을 주장하며 2차 가처분을 제기했다"며 "회사의 공개매수가 위법해 2차 가처분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유포하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자본시장법과 상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21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이번 가처분 신청이 주주들에게 불확실성을 조성하고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가는 고려아연이 제시한 가격보다 6만원이나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손실을 보게 됐다"며 "이는 명백한 시세조종 및 자본시장 교란 행위로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MBK 측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박 대표는 "MBK와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은 고려아연을 경영한 적이 전혀 없다"며 "고려아연을 실사한 적도 전혀 없기 때문에 회사 사업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파악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이 추진 중인 트로이카 전략을 그대로 승계하겠다고 하면서도, 영풍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또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를 지적할 게 아니라 그들의 논리대로 영풍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모습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가처분 기각 이후 법적 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예정된 자사주 공개매수를 차질 없이 마무리할 계획이다. 회사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20분 현재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86만2000원을 나타내고 있다.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까지 종료되면 영풍·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은 이사회 구성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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