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살인사건 다룬 드라마·다큐 화제
살인범 메넨데즈 형제 무기징역 복역중
"성적 학대 등 제대로 고려 안돼" 비판 이어져
35년 전 발생한 살인 사건 실화를 다룬 넷플릭스의 미국 드라마가 실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살인범의 재검토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드라마 속 살인범의 범행 동기를 상세히 분석하며 재판 과정을 살핀 시청자들은 당시 정상참작 돼야 했을 사안이 누락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법 당국에서도 새로운 증거를 확인했다며 재검토 논의에 힘을 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된 넷플릭스 시리즈 '괴물 : 메넨데즈 형제 이야기'의 인기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사는 메넨데즈 형제에 대한 재판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0대 틱톡 사용자,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공무원 등 시청자와 메넨데즈 형제의 일가친척들이 단체를 구성해 사법 당국에 메넨데즈 형제에 대한 재판을 다시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할리우드 스타인 킴 카다시안은 직접 교도소에서 메넨데즈 형제를 면회하고 "살인은 맞지만, 형량이 너무 가혹하다"며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에릭과 라일 메넨데즈 형제는 1989년 LA 베벌리 힐스에서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유죄 판결을 받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살고 있다. 이들은 사건 발생 당시 영화·음악 관련 회사 임원이던 아버지 호세와 어머니 키티를 사냥용 산탄총으로 여러 차례 쏴 살해했다. 범행 직후 거짓말로 수사에 혼선을 준 뒤 호화생활을 즐겼고,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형제가 부모의 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형제는 부모에게서 육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1심은 배심원단 간 의견이 갈리며 무효로 마쳤고, 재심에선 두 형제가 거짓말을 한 정황이 나타나면서 학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제는 현재 31년째 복역 중이다.
넷플릭스는 메넨데즈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최근 선보였다. 이후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모두 넷플릭스에서 시청률 상위 10위에 오르며 큰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작가인 라이언 머피는 드라마에서 재판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면서 메넨데즈 형제의 범행 동기에 대해 시청자들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했다.
30여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아동 학대와 관련한 인식 변화가 이뤄져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진 점 또한 사건 재검토 목소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LA 검사였던 마르시아 클라크는 WSJ에 재판이 이뤄진 1990년대 당시 아동 학대 트라우마 등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부족했고, 메넨데즈 형제를 '부유하고 버릇없는 꼬마들'로 인식하면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LA 지방 검사 조지 가스콘이 메넨데즈 형제의 살인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증거를 찾아냈다며 실제 재검토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11월 에릭이 부모를 살해하기 수개월 전 사촌에게 자신이 성적 학대를 받았다는 뉘앙스가 담긴 편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콘 검사는 사건 재검토에 따른 법원 심리가 다음 달 26일로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