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점 전환·가격 인상…작년 첫 '1조 클럽'
매출과 로열티 연동해 만년 적자…법인세 '0원'
한국맥도날드 새 주인, 수익성 개선 숙제
한국맥도날드가 카타르 기업에 넘어가면서 '먹튀' 논란이 제기된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1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는데 매각을 위해 알짜 가맹점을 직영점으로 전환하고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부풀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한국맥도날드는 매출 규모와 미국 본사 로열티를 연동해 매년 적자를 기록, 본사에 막대한 로열티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서 법인세를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최근 중동 카타르 기업 '카말 알 마나(알 마나)'와 '전략적 파트너(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알 마나는 미국 맥도날드 아시아·태평양·중동지역 총괄법인(맥도널드APMEA)으로부터 한국맥도날드 운영권을 넘겨받아 국내 400여개 매장 운영을 담당하게 됐다.
알 마나 그룹은 전 세계 8개국에서 55개 회사를 운영하며 식품·유통·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카타르 기업으로 튀르키예 맥도널드 운영권도 가지고 있다. 조 샘펠스 글로벌 맥도널드 IDL(International Developmental Licensed Markets) 부문 사장은 "알 마나와 한국맥도날드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한국 내 매장이 2030년까지 500개로 늘어나는 등 브랜드와 사업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가맹점 직영 전환해 첫 1조 매출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직영 매출액이 1조1181억원으로 전년(9946억원) 대비 12.4% 증가했다. 이는 한국 진출 이후 최대 매출로 1조원을 넘긴 것도 처음이다. 2019년부터 실적을 공시 한국맥도날드는 당해 연도 7248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매년 증가해 4년 새 54.3% 늘었다.
맥도날드 대구진천 드라이브스루(DT)점을 운영하던 여모씨 사례처럼 가맹점을 직영점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통상 가맹점의 경우 점주로부터 거둬들이는 로열티(가맹수수료)와 매장 전대료, 식재료비 등을 수익으로 거둔다. 한국맥도날드의 경우 가맹점을 매년 줄이면서 로열티 매출이 2019년 125억원에서 지난해 11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직영점의 경우 판매 금액이 전액 매출에 반영된다. 한국맥도날드의 식품부분 매출액은 2019년 6738억원에서 지난해 1조590억원까지 뛰었다. 맥도날드 직영점 수는 매장 수가 공개된 2020년 301개에서 지난해 327개까지 확대됐다. 이 기간 전체 매장 수는 407개에서 399개로 8개 줄어드는 데 그친 점을 고려하면 직영점을 늘린 효과가 쏠쏠했던 셈이다.
한국맥도날드와 가맹계약 갱신거절 무효확인 소송 중인 가맹점주들이 "매각을 앞두고 가맹점의 직영점 전환을 위해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햄버거 가격 올려 수익성 방어
하지만 직영점 전환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직영점은 재료비는 물론 직고용에서 비롯되는 인건비, 부동산 임차료 등 비용 지출 발생이 불가피한 탓이다. 이 때문에 한국맥도날드는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다. 통상 제품의 가격 인상은 매출 볼륨은 키울 수 있고, 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수익성 개선 명목으로 가격 인상과 드라이브스루(DT) 등 매장 확대를 추진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맥도날드는 김 대표가 취임한 2022년 4월 이후 가격을 네 차례 올렸다. 지난해 2월 빅맥 등 주요 메뉴 가격을 평균 5.4% 올린 데 이어 11월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3.7% 인상했고, 올해도 지난 5월 전체 메뉴 22%의 가격을 평균 2.8% 올렸다. 대부분 6개월 주기로 이는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짧고 잦은 인상이다. 회사 측은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인상"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2020년 500억원 가까이 불어난 영업적자는 지난해 200억원까지 축소됐다. 지난해 당기순손실도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자 기업이다. 한국맥도날드 매출액과 본사 로열티가 연동된 탓이다.
매출액 늘면서 본사 로열티 연 700억원 육박…법인세 '0원'
한국맥도날드는 1996년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30년 연속 순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지급하기로 했다. 또 신규 개점 시 점포당 4만5000달러(6200만원)의 정액 기술료로 본사에 준다. 매출 규모가 확대되고 매장이 늘어나면 한국맥도날드의 로열티 지출은 커지고 본사의 로열티 수입은 늘어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맥도날드 본사의 로열티는 2019년 462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685억원까지 매년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맥도날드는 법인세 납부도 피해 갔다. 지난달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9946억원을 기록한 2022년 한국맥도날드의 법인세 부담세액은 0원이었다. 현행 법인세법에 따르면 국세청은 외국계 기업의 경우 각 국가와 조세조약에 따라 한국에서 올린 소득(순이익)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 기업의 소득이 없거나 이월결손금이 발생하면 조세특례제한법의 적용을 받아 법인세를 감면받는다.
외국계 기업이 한국법인에서 거둔 수익의 상당 부분을 로열티 지급 등의 명목으로 본사로 이전하면 그만큼 과세표준이 낮아져 국내에서 납부해야 할 법인세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실제 한국맥도날드는 2019년부터 5년째 순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이 기간 누적된 적자 규모만 2503억원이며, 본사에 지불한 로열티 지출은 2714억원에 달한다. 해마다 순적자를 쌓으면서 결손금 역시 갈수록 규모가 커졌다. 2019년 1894억원 수준이던 이 회사의 결손금은 지난해 말 3586억원까지 불어났다.
맥도날드는 이번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향후 2년간 추가로 로열티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 과정에서 향후 국내 매장을 5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한국맥도날드의 로열티 지출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맥도날드 새 주인…수익성 개선 위해 가격 인상 우려
문제는 한국맥도날드 운영권을 가져간 알 마나가 지난해 기준 적자의 두 배가 넘는 로열티를 본사에 지급하고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 맥도날드의 글로벌 프랜차이즈 운영관리 기준을 준수하면서 사업권 취득 과정에서 제시했을 투자계획 등도 이행해야 하는 만큼 향후 국내 사업 운영이 녹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맥도날드의 수익성 개선 과정은 결국 국내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 등의 부메랑으로 날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단기적인 적자 탈출이 아닌, 장기적인 성장과 이를 토대로 한 건강한 수익 창출을 위해 맥도날드에서는 지속적인 고객 중심 활동 및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로컬 소싱, 친환경 정책, 일자리 창출 등 한국 시장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고객에게 더 큰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고객 중심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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