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가꾸기와 벌채를 빌미로 산림을 훼손,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행위를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호선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북 증평·진천·음성)이 국립생태원과 전국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생태·자연도 등급 조정 이의신청’이 접수된 지역은 총 429곳이며, 이중 300곳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실제 생태·자연도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생태·자연도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산·하천·내륙·습지 등을 생태적 가치와 자연성 등에 따라 등급(1~3등급)을 나눠 작성한 지도다.
등급이 낮아진 지역 중에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총 276곳(등급지 전체 하향 216곳·60곳)도 포함됐다.
1등급은 멸종위기야생생물의 주된 서식지·도래지 및 주요 생태축 또는 주요 생태통로가 되는 지역과 생물의 지리적 분포한계에 위치하는 생태계 지역 또는 주요 식생의 유형을 대표하는 지역, 보전가치가 큰 생물자원이 존재·분포하고 있는 지역 등이 포함돼 사실상 개발 자체가 어렵다. 이들 지역은 자연환경의 보전 및 복원이 기본원칙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숲 가꾸기와 벌채 사업을 빌미로 산림을 훼손한 후 이의신청을 통해 등급을 낮춤으로써 개발이 가능하도록 꼼수를 부렸다고 임 의원은 주장했다.
낮은 등급일수록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지는 점을 악용, 개발이 용이한 용지로 바꾸기 위해 숲 가꾸기와 벌채 사업을 벌인 것이다.
실례로 벌채 3개월 후 등급 조정을 신청했던 경북 봉화군 소천면 일대는 현재 풍력발전단지 건설이 예정됐고, 경북 문경시 문경읍에선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건설,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옥계리 일대는 골프장 확장 공사를 앞뒀다.
‘숲 가꾸기·벌채→등급 하향→산림개발’ 공식이 현장에서 실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공식으로 난개발이 진행되는 사례는 강원도가 11건으로 가장 많고, 충남 9건·경북 8건·경기 4건·전남 2건·경남·부산·울산·인천 각 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임 의원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의 등급 하향을 위해 숲 가꾸기와 벌채를 악용하는 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며 “산림청과 지자체는 이 같은 행위가 지속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 줄 것을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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