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하반기 인사 질문에 대답 안해
필리핀·싱가포르 출장 마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필리핀과 싱가포르 출장을 마치고 11일 오후 귀국했다.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한 이 회장은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은 채 차량에 올라탔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성과를 보이며 위기설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 회장은 반도체 위기 극복 방안에 관해 묻는 질문에도 말을 아꼈다. 하반기 인사에 대한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 동행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부회장) 역시 '하반기 인사에 신상필벌이 적용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도 실적 개선 전략과 갤럭시S 시리즈 엑시노스 탑재 여부에 대한 질문에 "기회가 있을 때 다시 이야기하겠다"며 자세한 언급을 삼갔다.
삼성전자는 3분기 주력 제품인 범용 D램 부진과 스마트폰 및 PC 재고 조정 여파로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지연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적자가 계속되며 비메모리 사업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직후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와 관련해 공식적인 사과 메시지를 낸 첫 사례다. 내부적으로도 위기감이 고조된 것으로 해석된다.
외부 평판에도 타격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4년 연속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직장' 1위 자리를 유지해왔으나, 올해 3위로 내려앉으며 명성이 흔들렸다. 주가도 5만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싱가포르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양국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필리핀에서는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장을 둘러보고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경영진과 미래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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