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 등 24명, 벤츠 본사·판매사에 손배소
"CATL 장착 광고 후 파라시스 탑재"
지난 8월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난 전기차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EQE 차주 등 24명이 본사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다.
10일 연합뉴스는 벤츠 차주 등의 소송대리인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가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소송과 관련한 설명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하 변호사는 설명회에서 "제조사인 벤츠 독일 본사와 수입사인 벤츠코리아,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청구 금액은 원고당 1000만원으로 일단 일부 청구한 뒤 벤츠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허위 광고 조사 결과 발표 후 전액으로 청구취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소송의 핵심은 벤츠 전기차 EQE 모델 대부분에는 세계 10위권 업체인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으나, 벤츠 측은 파라시스가 아닌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의 배터리가 실린 것처럼 차주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 벤츠 부사장이 2022년 국내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EQE에 CATL 배터리가 장착된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이는 전기차 구입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대한 허위 고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허위 광고 때문에 각 원고가 입은 손해액은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팩을 교환하는 데 드는 7000만원"이라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과 사기 및 착오에 의한 매매·리스계약 취소를 청구했다.
이와 함께 벤츠 본사가 파라시스 배터리의 결함을 알고도 결함을 은폐했다며 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라시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높아 열 폭주 위험이 큰 데도 벤츠가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설계나 장치를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벤츠가 이런 결함을 알고 있었거나 최소한 인천 주차장 화재를 계기로 이를 확실히 알게 되고도 배터리팩을 교체하는 리콜을 실시하지 않아 결함을 은폐했다"면서 "원고 1인당 각 배터리팩 교체 비용(7000만원)의 5배인 3억5000만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은 빨라도 내년 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 변호사는 "6개월 정도 잡아야 하는 만큼 변론 기일은 내년 봄에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츠 EQE 전기차 화재는 지난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화재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렸다. 또 건물 전기와 수도 배관에 문제가 생겨 일부 가구는 약 1주일간 단전·단수로 불편을 겪었다.
지난달 2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벤츠 전기차 화재에 대해 "차량 하부 배터리 팩에서 불이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차량 밑면의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팩 내부의 셀이 손상되며 '절연 파괴(절연체가 특성을 잃는 현상)'로 이어져 발화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밀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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