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시대 열린다
누구나 한번은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면 참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일이 조만간 한국에서도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공항 일대 35만4000㎡ 부지를 ‘김포공항 도시재생 혁신지구’로 지정하고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하겠다고 지난달 초 밝힌 바 있다. 사업의 골자는 2030년까지 지하 4층∼지상 8층 규모 시설 건축이다. 지하 2층~지상 1층에는 택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시설의 환승시설이 들어간다. 그리고 위쪽으로 초소형 항공기, 이른바 ‘도심항공교통(UAM)’의 탑승 및 이착륙 시설을 얹어 해당 시설을 차세대 ‘교통 허브’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이다.
UAM은 흔히 ‘에어택시’로도 불리며 많아도 7~8명 정도까지만 탑승하는 소형 항공기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넣어 만드는 경우가 많다. 흔히 볼 수 있는 ‘드론’을 사람이 탑승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만드는 형태다. 최근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실증 실험이 부지런히 진행되고 있다. 장거리는 무리지만 단거리, 즉 도시 및 그 부속 지역 정도는 다닐 수 있다. 교통체증을 피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UAM이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건 2020년 1월이다. 당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세계 여러 각국의 기업이 UAM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국내에선 현대차, SK텔레콤, 한화 등에서 실용화 모델을 테스트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도 지난해 UAM 시제기를 선보인 바 있는데, 시끄럽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상공 130m를 날고 있을 때 들려오는 소음은 61.5dBA(가중 데시벨). 이 정도면 가정용 기화식 가습기(74dBA)보다도 조용하다.
그렇다면 운영은 어떤 형식으로 이뤄질까. 하나의 생활권을 여러 개의 구역으로 나눈 다음, 각각의 구역마다 김포공항 혁신지구와 비슷한 ‘도심공항’을 만든다. ‘공항’이라고는 하지만 활주로 등의 대규모 시설은 필요 없다. 대형 건축물의 옥상에 이착륙장을 만들고, 그 아래층에 탑승 수속 공간 정도를 마련하면 충분하다. 사용자들은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가까운 도심공항을 찾아가 원하는 노선의 UAM에 탑승하면 다른 도심공항까지 20분 이내에 날아갈 수 있다. 단거리만 비행이 가능하므로 수도권 거주자가 경상권역으로 한 번에 날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 항공 체계나 고속철도 등과 연계하면 교통혁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세상은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기만 개발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선 관련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UAM 서비스가 자리 잡으려면 한 도시에 여러 개의 도심공항 건립이 필요하다. 아직은 부족해 보이지만 ‘우리도 도심공항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법과 제도도 정비가 필요하다. 많게는 수백~수천대의 UAM을 관리할 통합관제센터도 필요하고, 격납고·충전소 등 다양한 지원 설비도 만들어야 한다. 정비시스템, 부품공급망, 정비인력 교육기관 등 사회적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관제를 위한 전용 통신망 설치도 필수적이다.
이 많은 문제를 단기간에 풀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UAM은 이런 숙제를 모두 해결해서라도 구축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 각 지자체 등의 실용화 준비도 분주해 예상보다 단기간에 실용화될 거라는 예측이 많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현실에서 타 볼 수 있는 날은 과연 몇 년 후가 될지 사뭇 기대된다.
전승민 과학기술 전문 저술가·파퓰러 사이언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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