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가계부채에 주요 시중·지방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할 경우, 대출수요가 쏠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까닭이다. 한국은행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이어 곧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는 와중에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 셈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0%포인트 인상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년 고정(혼합), 변동금리 모두 0.20%포인트 인상하며, 전세자금대출도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0.20% 인상한다.
대출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우리은행만은 아니다. 오는 4일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잇달아 대출금리를 인상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규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년 이상 장기우대금리(0.10%포인트)를 폐지하며, 신잔액 6개월물 상품은 0.20%포인트 인상한다. 전세자금대출은 보증기관에 따라 최대 0.45%포인트 오른다. KB국민은행도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0%포인트 올린다.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은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과 은행이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해 만기·한도 등을 옥죄고 있는 가운데, 금리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 경우 대출수요가 쏠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풍선효과로 홍역을 치른 지방은행들도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으로 승격한 iM뱅크는 지난달 4일(0.50~0.60%포인트)과 13일(0.65%포인트)두 차례에 걸쳐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폭증하는 가계부채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면서 다른 은행의 금리가 더 저렴해지는 역전현상이 발생, 대출쏠림 현상이 벌어져서다.
BNK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수도권 지역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하고, 대출금리를 0.35%포인트 끌어올리는 등 쏠림현상 차단에 나선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지방은행들도 비대면 대출상품을 다른 은행과 다르지 않게 운용하고 있어 장벽이 높지 않은 편"이라며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관건은 기준금리의 향방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당장의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투자심리를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까닭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그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수 있고 시장금리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상당 부분을 선반영해 놓은 상태"라며 "다만 금리 인하가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에선 그런 만큼 당분간 가계대출 옥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올해 남은 3개월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면서 "내년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하향 안정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수립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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