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일 오전 지역화폐법 재의요구안 의결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재량에서 의무로 변경
"소비진작 효과 없고 부익부빈익빈 가속화"
정부가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이 훼손되고 정부의 예산편성 권한까지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30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세종로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외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됐다.
지역화폐법 개정안은 국가와 지자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기존 '재량'의 성격에서 '의무'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정부로 이송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재의요구 의결 직후 "해당 법률안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과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의도하는 소비진작 효과는 없는 반면, 지방자치단체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가속화하는 법률안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장관은 헌법에서 정부에게 부여한 예산편성권을 침해해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매우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 법률안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지자체로부터 지역사랑상품권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받아 이를 의무적으로 예산요구서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헌법에 의해 정부에 부여된 예산편성권을 사전적으로 제약하고 특정 예산편성을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게 이 장관의 지적이다.
국가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 운영에 필요한 보조금 예산에 대한 의무적 재정지원은 지자체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심화시켜 지역 간의 균형발전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에 역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장관은 "법률안이 시행되면 발행 수요가 많고 재정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들이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더 많이 신청·배정 받게 된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설명도 추가했다. 정부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지속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은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효과가 크고 추가적인 소비를 창출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법안이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인 다음 달 4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들 3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24건으로 늘어나게 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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