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견기업 체감경기 급락
화장품·의료정밀 업종만 회복세
반도체·車·철강 업황 전망 '흐림'
기업 62% "목표 달성 어려워"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경기 둔화 조짐 속에 국내 제조업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제조기업들은 올해 4분기 들어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업종 체감경기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252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4분기 BSI는 85로 직전 분기(89)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연속 2분기째 기준치인 100을 밑도는 것으로, 국내 제조업 경기가 계속해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을, 100 미만이면 악화를 의미한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86)과 중견기업(84) 하락 폭은 각각 12포인트, 13포인트로 중소기업(85, 하락 폭 2포인트)보다 컸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체감경기가 급락하며 내수와 수출 모두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화장품·의료정밀만 '맑음'…비금속광물·석화 '흐림', 자동차·철강 '비'
업종별로는 화장품(110)과 의료정밀(109)만 기준치 100을 넘으며 회복세를 보였다. 화장품 업종은 중국 내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수출이 증가하면서 체감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의료정밀 업종은 수주 계약과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긍정적으로 예상됐다.
반도체(94), 전기장비(97) 업종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도체는 모바일과 PC 수요 감소 우려에 더해 범용 D램 가격 하락까지 겹치면서 업황 전망이 어둡다.
철강(74) 업종은 전방산업인 건설 경기가 장기 침체하면서 가장 낮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자동차(79) 업종도 전기차 수요 둔화와 8월 생산량 감소로 타격이 예상된다. 식음료(82) 업종 역시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부담으로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제조기업 62% "올해 목표 달성 어려워"
올해 연초 목표한 영업 실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61.6%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59.2%보다 늘었다. 이 가운데 42.0%는 '소폭 미달(10% 이내)'할 것이라 답했고, 19.6%는 '크게 미달(10%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업은 30.4%로 지난해 대비 7.7%포인트 줄었다.
기업들은 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주요 리스크로 '내수 소비 위축(57.2%)'과 '원자재 가격 상승(39.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수출국 경기 침체(27.6%)' '고금리 등 재정부담(23.4%)' '환율 변동성 확대(20.0%)' 순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미국 등 주요국이 경기 침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내수 진작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통화정책 전환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와 인프라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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