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팀 "아직 주식시장 활성화 안 돼"
시행팀 "부자 감세 안 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주제로 한 더불어민주당 당내 토론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금투세 유예 검토를 언급하고 약 2개월 만에 금투세 관련 의견을 정리한다. 토론은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유예팀과 내년도에 곧바로 시행해야 한다고 보는 시행팀으로 나뉘어서 진행한다. 유예팀에는 김현정·이소영·이연희·박선원 의원과 김병욱 전 의원, 시행팀에는 김영환·김성환·이강일·김남근·임광현 의원 등이 포함됐다.
금투세 유예 측 주요 인물은 이소영 의원이다. 이 의원은 당내 금투세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해외 출장 일정도 미뤘다. 그는 지난달 미국발 증시 쇼크에 금투세 논란이 떠오르자 즉각 "우리 주식시장이 (금투세를) 과세할 만한 여건과 체력을 갖췄는지 질문해야 한다"며 유예 필요성을 시사했다. 최근에는 '유예'를 주장한 의원들의 글을 하나하나 복사해 '메아리'라는 제목으로 재공유하며 유예 측 의견을 모았다.
이 의원은 지난달 8일 국내 주식시장이 영세하다는 주장을 시작으로 한 주 안에 개인 블로그 글 3개를 연달아 올렸다. 여기에는 평균 800여개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개인 투자자 1%만이 금투세를 내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부자'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금투세를 시행했을 때 '증시 폭락'이 오는 것과 별개로 '매력 없는 시장'이 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금투세 시행 측 주요 인물은 임광현 의원이다. 임 의원은 지난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금투세 관련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 대표가 금투세를 시행하면 주식시장에 혼란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자 임 의원이 "우리나라 금투세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 증시가 모두 동시에 하락하느냐"며 함께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임 의원은 이달 11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금투세는 부자를 대상으로 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세제"라고 질의했다.
임 의원은 토론회를 앞두고 소득세법 개정안, 지방세법 개정안, 국민건강보호법 개정안을 포함한 금투세 보완 패키지법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일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금투세 과세 대상을 투자소득 5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방세법 개정안은 반기별 원천징수 제도를 연 1회 확정신고납부 방식으로 일원화하도록 정하고 있다.
'유예' 이소영 vs '시행' 임광현…민주당, 토론회 이후 결론 낼까
유예 측에서 강조하는 논리는 금투세를 시행할 만큼 국장(국내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투세는 2023년 도입을 목표로 2020년에 통과된 법인데, 2022년 말에 시행을 앞두고 '투자자 보호 장치 정비' 등을 이유로 2년간 유예됐다. 유예 측은 당시 이유로 삼았던 법안 정비와 국장 활성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거세다는 것도 새롭게 떠오른 논거다. 이 의원과 함께 유예팀 토론자로 나서는 이연희 의원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새로운 조세의 도입은 이론이나 논리적 정당성이 아닌 국민의 공감대가 그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기본적으로 새롭게 부과되는 세금은 '악세'(惡稅)이기 때문에 새로운 세금을 만들 때는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구체적으로 '코스피 4000 달성'과 같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금융투자 소득을 낼 때까지는 추가로 금투세 도입을 유예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행 측 핵심 논리는 조세 정의다. 근로자는 매달 소득세에 직면하는 상황에서 불로소득인 금투세 유예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에서 거둬간 근로소득세는 59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6% 늘었다. 윤석열 정권 들어 매년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데 근로소득세만은 증가하는 셈이다. 또한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증권거래세는 폐지 수순에 들어섰기 때문에 더더욱 금투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부자 감세 역시 시행 측이 내세울 논리다. 연 5000만원 이상 금융투자 소득을 얻는 사람으로부터 세금을 받지 못한다면 부자 감세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억원 초과 상장 주식 보유 인원은 14만명으로 전체 투자자(1407만명) 대비 1% 수준이다. 이들이 연 10% 수익률을 올려야 금투세 대상에 포함될 정도로 극히 적은 투자자들이 금투세를 내게 될 전망이다.
상법 개정안 등에는 공감대…소액주주 "개미투자자 보호 장치 필요"
다만 금투세 유예와 시행 측 모두 공감하고 있는 영역도 있다. 상법 개정안 등 주식시장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소영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SNS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인 이유는 간단하다. 재벌 대주주가 개인투자자 등골을 빼서 자기 배를 불리는 파렴치한 행태를 방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행 측으로 토론에 참여하는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개미투자자보호법(상장회사 지배구조 특례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고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집중투표제를 시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소액투자자, 일명 개미투자자들은 단순히 금투세 시행 여부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주식시장을 개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현 이화그룹주주연대 대표는 "금투세와 관련된 논의뿐만 아니라 상법 개정 등 소액주주의 이익도 논의하는 게 당연한 이치"라며 "이화그룹처럼 불법 행위로 거래 정지를 야기한 대주주에 대한 엄한 처벌을 전제하고 즉각적인 이사회 권한 정지 등을 골자로 한 실질적인 소액주주 보호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