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동
고려아연 "영풍 적대적 M&A 시도" 강력 반발
75년간 공동 경영을 이어오던 영풍과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으로 마침내 갈라섰다. 분쟁 중심에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있다.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경영권 탈환에 나섰고,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은 경영권 상실 위기에 놓였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양측의 명분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MBK와 영풍 연합…경영권 인수 시도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13일 고려아연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공개매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개매수는 10월4일까지 진행되며, 공개매수가는 주당 66만원이다. 이는 지난 3개월과 6개월 평균 종가에 각각 27.7%, 30.1%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고려아연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5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지분의 약 7%에서 14.6%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총 공개매수 대금은 약 2조원에 달한다. 공개매수 대상 주식 수가 목표 수량에 도달하면 매입이 완료되지만 목표 수량을 넘을 경우에는 안분비례 방식으로 매입하게 된다. 안분비례는 모든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목표 수량만큼을 각 주주의 응모 주식 수에 비례해 나누어 매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영풍 측은 또한 MBK파트너스와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계약으로 MBK파트너스는 영풍보다 1주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MBK파트너스는 사실상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 자리 잡게 된다.
경영권 분쟁 새 국면…자본시장법 위반 경고
MBK파트너스 참전으로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는 한층 더 어려워졌다. 영풍 측은 최 회장이 고려아연 소수 지분을 이용해 지배구조를 왜곡시키고 이사회 기능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또 최 회장이 배임, 주가조작 관여, 선관주의의무 위반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해 "최 회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문제점에 대한 검토는 고려아연 이사회 다른 구성원들이나 경영진이 회사 성장과 발전을 위해 그동안 노력해 온 바와는 별개 사안"이라며 "최씨 가문 일가들을 포함한 모든 주주 이익을 위해 고려아연 기업 가치를 증가시킬 것이며 현대차, LG 및 한화와의 사업적 제휴 관계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 별도 매수 금지의무를 위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원, 자사주 신탁계약을 맺은 신탁회사에 발송했다.
이들은 또한 자사주 매입이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 및 주식 시세 조종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는 공개매수 기간 대상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를 통하지 않고 매입할 수 없으며, 이는 대상 기업의 특별관계자에게도 적용된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자사주 신탁계약을 통한 간접적인 자사주 취득 역시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사주 매입이 고려아연에 손해를 초래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영진과 이사회가 이를 승인하거나 묵인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려아연 강력 반발 "적대적·약탈적 M&A"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시도를 적대적이고 약탈적인 M&A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가 국내에서 약탈적 기업사냥꾼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으며, 경영권 인수 이후 국외 자본에 지분을 재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 국가 기간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영풍이 운영하는 석포제련소가 각종 환경오염 및 중대재해 사고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며 영풍이 경영 정상화보다는 경영권 확보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영권 향방은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매입과 대기업과의 연대를 통해 경영권 방어에 나섰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강력한 자금력 앞에서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는 경영권 분쟁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7.8%가 경영권 분쟁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영풍 측은 약 33.13%, 고려아연 측은 약 33.99%의 지분을 보유해 어느 쪽도 지분율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풍 측이 지분율 절반을 넘기 위해서는 16.87%(1조9400억원·현 시총 기준), 고려아연 측이 지분율 절반을 넘기 위해서는 16.02%(1조8500억원)를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며 "고려아연 측은 백기사의 추가 지분매입이 유력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1시7분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영풍과 MBK 공개매수 여파로 전날 대비 19.6%(10만9000원) 오른 66만5000원대로 급등했다.
MBK파트너스는 작년에도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바 있다. 당시 MBK파트서스는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조현식 전 고문과 그의 차녀 조희원씨와 협력해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를 시도했다. 하지만 최소 매입 수량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공개매수는 성사되지 않았다.
앞서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경영권 갈등이 격화하면서 지난 7월 기존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영풍빌딩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이 소유하고 있어 이번 이전은 두 회사 간의 경영권 분쟁 속에서 업무 공간을 분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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