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교사 재직중인 단대부속소프트웨어고 방문
선거 후보 시절 강연 약속…예정시간 훌쩍 넘겨 멘토링
지난달 23일 금요일 오후. 고동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등장하자 탄성이 이어졌다. 환호를 보낸 이들은 유권자가 아니었다. 투표권이 없는 10대 고등학생들이었다.
이날 고 의원은 지역구인 대치동 소재 단국대학교부속소프트웨어 고등학교에서 4차 청년멘토링 행사를 진행했다. 고 의원의 지역구인 강남병은 강남에서도 학구열이 높기로 유명한 명문 고등학교들이 즐비한 곳이다. 대치동 학원가도 고 의원의 지역구에 속한다.
단대부속소프트웨어고등학교는 인공지능(AI) 시대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특성화 고등학교다. 학생들의 자존감은 남다르다. 한국의 소프트웨어와 AI를 책임지겠다는 자신감이다. 학생들은 의대가 아니라 삼성전자, 네이버, 구글 입사를 꿈꾼다.
방문은 우연히 이뤄졌다. 고 의원은 "총선 선거 운동을 하다 우연히 삼성 시절에 함께 근무했던 직원을 만났는데 단대부속소프트웨어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강연하러 가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약속을 잊지 않았다. 삼성전자에서 갤럭시 휴대폰을 만들던 에이스급 개발자가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를 기억하는 전 상사, 일반 임원도 아닌 전 대표이사 사장이 국회의원이 돼 고등학생들을 위해 강연을 해주겠다는 것은 더욱 드문 일이다.
학생들이 입사를 꿈꾸는 회사의 전 사장이 방문한다는 소식은 금방 퍼졌다. 많은 10대 학생들이 아이폰을 쓰지만, 소프트웨어 전공 학생들이 '갤럭시의 전설'을 모를 리 없다. 고 의원의 저서 '일이란 무엇인가"를 손에 든 학생들이 강연장으로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처럼 맨손으로 출발해 정상에 오른 고 의원의 방식을 직접 듣고 싶었던 것뿐이다. 고 의원도 학생 앞에 정치인이 아닌 인생과 업계 선배로 나섰다.
'어떻게 하면 삼성에 입사할 수 있는가'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질문이 그치지 않았다. 고 의원의 조언도 이어졌다. 건강관리, 책 읽기, 인공지능과 반도체 동향에 대한 '일타강사'의 강의가 이어졌다. 사전질문에 대한 답이 끝났지만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 두 시간이 지나서야 행사가 끝났다. 학교 측에 따르면 고 의원은 정치적인 언급을 단 한마디도 안 했다.
2학년 문현서 학생은 "의원님의 조언은 단순한 직업적인 성공을 넘어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대해 궁금한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셨다"며 "이번 멘토링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욱 명확하게 만들고, 잠재된 가능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했다.
배철호 교장은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분이 방문해 주시겠다고 해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면서 "학생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자극제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고 의원은 "청년이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진정한 보수다. 멘토링을 위해 전국 어디든 못 갈 곳이 없다"고 했다.
청년을 이끌겠다는 고 의원의 진심이 전해진 걸까. 멘토링 3일 후인 지난달 26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례적으로 초선인 고 의원을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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