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배정 증자로 823억 조달 계획
운영자금 570억·채무상환 200억 등 사용
경쟁사 특허 소송으로 사업 차질 여파
패치형 인슐린 펌프 개발업체 이오플로우가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전 세계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시장을 독점하는 '골리앗' 인슐렛사와 경쟁하면서 본격적인 매출 발생 시기가 지연된 탓이다. 인슐렛이 지난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뒤로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계획대로 자금을 조달하면 약물전달 플랫폼 전문업체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오플로우는 신주 910만주를 발행해 823억원을 조달한다. 구주 1주당 신주 0.299주를 배정한다. 신주 발행 예정가는 9040원이고 오는 10월28일 발행가를 확정한다.
조달한 자금 가운데 채무를 상환하는 데 200억원을 쓰고 패치형 약물전달 솔루션 시장 선도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투자한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대용량 신제품 및 인공췌장 솔루션 등을 개발한다. 약물 선탑재형 패치펌프 제품도 개발한다. 미국 자회사인 산플레나에서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에 우선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짧은 기간에 신속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은 연속혈당센서 연계형 자동 인슐린 주입 패치펌프 '이오패치 X' 조기 출시를 위한 시설 투자비로도 쓴다.
최대주주인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배정받은 신주 물량의 약 30% 정도를 인수한다. 신주배정 기준일 이후 보유주식 일부를 매각하거나 주식 담보 대출 등을 통해 신주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 증자 후 김 대표 보유 지분율은 9.78%에서 8.20%로 낮아질 수 있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법정소송 등의 이슈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유상증자 실시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오플로우는 경쟁사인 인슐렛의 특허 소송에 대응하면서 시장을 개척하려면 자금 조달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했다. 전 세계 인슐린 펌프 시장 규모는 2022년 46억달러에서 2030년 155억달러로 연평균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시장은 2022년 약 27억달러로 전 세계 인슐린 펌프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슐렛은 특허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쟁사 출현을 막고 있다. 인슐렛은 지난해 8월 특허권 침해와 부정경쟁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의 연방지방법원은 영업 및 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올해 5월과 6월 미국 연방항소법원에서 영업정지에 대한 가처분 효력을 취하하는 결정을 내렸고 이오플로우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재개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했다.
인슐렛은 최근 유럽통합특허법원(UPC)에 이오패치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오플로우는 유통사인 메나리니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필요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의 이오패치 판매는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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