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했던 수급 쏠림 해소에 무너진 시장
과거 급락 사례 비교하며 대응해야
PBR, PER 등으로 바닥 가늠해 볼 수 있어
지난 5일 '블랙먼데이'가 연출되며 시장이 급락했다. 포인트 기준 역대 최대 낙폭이다. 급락의 여진이 아직 투자자들을 움츠러들게 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블랙먼데이' 때의 낙폭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장의 충격은 얼마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다음번 급락이 나타날 정확한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어도 과거 사례와 밸류에이션 지표를 활용하면 최선의 대응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3일 종가 기준 2621.50을 기록했다. 6거래일 동안 7.37% 뛰며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고점인 2896.43과 '블랙먼데이' 때의 장중 저점인 2386.96의 차이는 509.47포인트로, 그 낙폭이 17.6%에 이른다. 특히 블랙먼데이 하루 동안에만 포인트 기준 역대 최대 낙폭인 234.6포인트가 빠지며 투자자들을 '패닉 셀링(공포에 따른 투매)'으로 몰아넣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급락이 나오기 전부터 증시 하락을 둘러싼 다양한 '내러티브'가 전개되고 있었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과 트럼프 트레이드, 경제 지표 둔화에 따른 경기 침체, 인공지능(AI) 수익성 논란과 빅테크의 과도한 밸류에이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이 하락을 부추겼다.
증권가에선 이번 급락의 본질은 결국 '과도했던 수급 쏠림의 해소'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투자자들은 기술주와 일본 주식은 매수, 엔화와 미국 국채는 매도 포지션을 구축했다"며 "그간 해당 수급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쏠리며 주가 급등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거래가 과도하게 중첩된 상태에서 엔화 강세가 촉발되자 수급 쏠림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받았다"며 "결국 많이 올랐던 자산이 투매를 겪는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했다.
과거 사례 비교 및 밸류에이션 활용해 대응 가능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급락을 맞았다면, 그저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만약 또다시 증시 쇼크가 온다면 과거 사례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9·11테러와 코로나 팬데믹 때는 반등이 빨랐지만 닷컴 버블 붕괴나 금융위기 때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경과한 후 안정을 찾았다"며 "(충격을 완화시킬) 대책이 나오고 그것의 효과를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 연구원은 이번 '블랙먼데이'의 낙폭을 회복하기까지는 다소간의 기다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경기 침체가 아니라면) 침체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경제지표 발표, 잭슨홀 미팅,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을 소화하기까지 한 달가량의 시간이 필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급락 시 바닥을 가늠하기 위해 밸류에이션 지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를 밑도는 기간은 짧게 지나가 버리는 기회의 영역"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2018년 이후 코스피의 PBR이 0.9배를 하회한 이후 다시 0.9배 이상으로 반등하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23일이었다. 특히 10일 내로 회복한 사례는 25건 중 16건이며 하루 만에 반등한 사례도 9건에 달한다.
PBR이 저점 근처라면 주가수익비율(PER)을 추가로 점검해 볼 수 있다. 2006년 이후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 7~8배가 저항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PER은 침체 우려로 인해 실적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 영향을 받는다"며 "심리가 흔들리는 국면에서는 지지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초기 하락 후엔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할 수 있어
한편 이번 하락에서 초기 내림세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국내 증시가 미국 대비 양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파트장은 "시장의 초기 하락 이후에는 상대 수익률 측면에서 미국보다 한국 시장의 강세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며 "과거 닷컴 버블 붕괴 사례를 보면, 초기에는 미국과 한국 모두 강렬한 하락이 나타났지만 점점 차별적으로 전개됐다"고 짚었다.
실제 2000년 당시 급락이 나온 이후 미국 시장은 대세 하락을 진행했던 것과 달리, 코스피는 초기 하락 이후에는 횡보세로 접어들며 박스권을 형성한 바 있다.
강 파트장은 "이처럼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현상은 주도주의 속성과 관련된다"며 "주도주는 지수가 오를 때 가장 크게 오르지만, 지수가 내리면 가장 크게 하락한다. 닷컴 버블 붕괴 때는 주도주의 발원지인 미국 시장의 하락이 가장 거셌고 코스피의 하락은 그보다 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논리는 이번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