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장기 집권 중인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며 인도로 대피한 것으로 5일(현지시간) 전해졌다.
연합뉴스 및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하시나 총리는 이날 수도 다카의 대통령 관저에서 빠져나와 군 헬기를 통해 인도로 대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시나 총리는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아버지'로 여겨지는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의 장녀다. 1996년 첫 집권해 2001년 7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했다. 이후 경제 파탄과 부정부패 등으로 실각했으나 2008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해 2009년 1월부터 지금까지 장기 집권 중이다.
이날 반정부 시위대는 하시나 총리 사임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통행 금지령을 내렸으나 시위대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일부 시위대는 하시나 총리의 출국 소식을 접하고 관저를 점령하기 위해 모여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와커 우즈 자만 방글라데시 육군 총사령관이 대국민 연설을 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외신에서는 군부가 방글라데시 정권을 장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태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독립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촉발됐다. 구직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은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며 지난달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정부도 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약 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대법원이 독립유공자 자녀의 공직 할당 규모를 5%로 줄이는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시위 체포자 석방과 총리 사과 문제를 놓고 다시 충돌, 지난 4일 100여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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