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직업 속인 것 들통나 약혼 파기
"차용증 작성·'빌려준 돈' 증거 있어야"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에게 직업을 속였다가 들통난 남성이 2000만원을 빌려준 뒤 이별을 통보받고 스토킹 피소까지 당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30대 남성 A씨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지속해서 연락하는 것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냐"며 조언을 구했다.
A씨는 게임 동호회에서 만난 여성 B씨와 결혼을 약속하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A씨는 앞서 B 씨에게 자신의 직업을 '유망 중소기업의 부장'이라고 소개했으나, 실제로는 일반 중소기업의 대리였다.
A씨는 결혼을 약속하며 거짓말한 것을 털어놓을 생각이었지만, B씨와 데이트 중 직장 동료를 우연히 만나게 되며 거짓말이 들통났다. 이후 A씨는 B에게 거짓말한 것을 사과했고 B씨는 "직업 보고 만난 건 아니다"며 A씨를 용서해주었다.
하지만 이후 B씨는 갑자기 퇴사 소식을 알리며 "공부하고 싶으니 학원비를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또 "집에서 학원까지 거리가 멀다"며 "차량 구매비도 보태달라"고 했다. A씨는 자신을 용서해 준 B 씨에게 매달 학원비를 내줬고, 차량 구매비 2000만원도 빌려줬다.
몇 달 뒤 B씨는 "부모님께 말했더니 거짓말하는 버릇은 못 고친다더라"며 이별을 통보했다. A씨가 빌려준 2000만원도 갚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B 씨에게 연락까지 차단당해 계좌로 100원씩 입금하며 '빌려준 돈 내놔', '양심 불량', '돈 돌려줘', '돈 안 주면 못 헤어져' 등 메시지를 보냈다. 동시에 B씨를 붙잡고 싶은 마음에 메신저로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B씨는 A씨를 스토킹으로 고소했다.
A씨는 "여자 친구와 결혼까지 약속했는데, 헤어지게 됐다"며 "여자 친구의 마음을 돌리려고 선물 보냈던 것도 범죄가 되느냐"고 물었다.
조인섭 변호사는 "약혼자가 거절하였음에도 지속해서 반복하여 메시지를 보내고 연락을 시도하는 행위는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A씨가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한 행위는 약혼자에게 지급한 돈을 찾기 위함이 주목적이었지, 협박하거나 다시 사귈 의사로 행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판결 추세로 보면 상대의 거절 의사가 분명하다면 그 이상의 관계 회복 노력은 어떤 형태로든 삼가야 한다"며 "상대방이 A씨 직업 등을 믿고 약혼했는데 기망으로 인해 약혼이 파기됐다면 이에 대한 책임이 있는 A씨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A씨가 B 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에 대해 "증여인지 대여금인지에 따라 다르다"며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차용증을 작성해야 하는데, 사귀는 사이에서 작성하긴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문자메시지 등으로 언제까지 갚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나 빌려주는 돈이라고 말하는 것 등을 증거로 남겨놓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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