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발사체에 피살됐다"…'하니예 암살' 진실은

경호·정보전 총체적 참패 피하려는 반박인 듯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해 12월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자체 조사 결과 지난달 31일 암살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한 수단이 단거리 발사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하니예의 숙소에 설치한 폭발물 때문이라는 서구권 매체들의 보도와 상반된 설명이다.

3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같이 전했다. 이란이 하니예 암살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니예가 암살된 지 사흘 만이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하니예가 머문) 거처 외부에서 탄두 약 7㎏을 실은 단거리 발사됐다"라며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설계하고 실행했으며 범죄적인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시, 적소에 적절한 방법으로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측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이번 암살이 이스라엘의 '공중 공격'이었다고 판단했다. 암살 당일,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하니예가 공중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순교했다"고 표현했다. 전날에도 "(테헤란) 자파라니예 건물 4층에 있던 하니예의 거처가 발사체에 맞았다"고 보도했다. 레바논의 친(親) 헤즈볼라 매체 알마야딘도 "미사일이 외국에서 날아왔다"고 이란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반면 지난 1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중동 국가와 이란, 미국 등 다수 관료를 인용해 하니예 피살 약 2개월 전에 이미 폭탄이 숙소에 설치됐다고 전했다. 하니예가 숙소에 들어가자 원격 조정으로 폭발시켰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악시오스 등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테헤란을 자주 오가던 하니예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그가 사용할 방을 정확히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하니예 숙소에 설치된 폭탄에는 인공지능(AI) 기능도 탑재됐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날 이스라엘이 이란혁명수비대 소속 부대원들을 포섭해 폭탄을 설치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하니예 암살과 관련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다만 공습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선을 그었다. 지난 1일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날 밤 중동 지역에서 미사일이나 이스라엘 드론에 의한 다른 공습은 없었다"고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스라엘과 중동 언론들은 자국 심장부에서 귀빈이 살해되는 굴욕을 겪은 이란이 외부 공습이라고 설명하면서 경호·정보전의 총체적 참패가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고 봤다. 와이넷은 "테헤란의 귀빈 숙소에 이스라엘이 요원을 침투시켜 손님을 암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란 정권이 심각한 보안 실패에 당혹감을 느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