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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쪽 보고서에 현장 실사까지"…'의평원 인증'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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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지정 의대 평가·인증 인정기관
정원 늘어난 30곳에 매년 '주요변화평가' 예고
"불인증 받으면 신입생 국시 제한되나" 혼란도

"특정 의과대학을 떨어뜨리고자 하는 게 아니다. 학생들을 제대로 된 교육 환경에서, 제대로 교육시켜 의사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원장)


2025학년도 입학정원이 늘어난 의대에 대한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두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의평원이 증원 의대를 대상으로 6년간 매년 특별평가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일부 의대는 자칫 교육시설 확충이나 전임교수 확보 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인증을 받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의평원 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으면 이후 입학하는 학생들은 졸업 때 의사 국가시험(국시)에 응시할 수 없다 보니 의대 입시를 준비 중인 수험생들 또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600쪽 보고서에 현장 실사까지"…'의평원 인증' 뭐길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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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평원은 어떤 기관?

국내에서 의대 평가제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보건복지부나 교육부 산하가 아닌 민간에서 조직된 의평원(당시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이 1999년부터 신설 의대에 대한 예비평가를 시작으로 의학교육 현장을 평가하는 데 나섰고, 2003년에 이르러서야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정식 출범한다.


정부는 고등교육의 자율성 확대와 자율적 질 관리, 책임성 강화를 위해 2007년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면서 외부 대학평가 인증기관을 인정기관으로 지정했다. 의평원뿐 아니라 한국간호교육평가원, 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등이 모두 교육부 위임을 받은 평가·인증 인정기관이다. 의평원은 2014년부터 5년마다 교육부 심사를 거쳐 의대의 평가·인증을 담당하는 인정기관으로 지정받고 있다.


복지부는 이어 2012년 2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2017년 이후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 졸업생들은 국시에 응시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2016년 6월엔 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해 모든 의대에 평가인증을 의무화했다.


의평원은 2018년 서남대 의대 폐교 당시 크게 주목받았다. 서남대는 2013년 의평원 인증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았고, 이어 2016년 추가 평가에서도 불인증을 받아 결국 재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뿔뿔이 흩어지고 대학은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평가인증 어떻게 진행되나?

의평원의 주 업무는 전국 40개 의대에 대한 평가인증이다. 평가인증에는 크게 '정기평가' '중간평가' '주요변화평가'가 있다.


정기평가는 2년, 4년, 6년 단위로 받는, 말 그대로 정기적인 평가다. 올해의 경우 가톨릭대, 가톨릭 관동대, 경희대, 동국대, 부산대,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8개 의대가 평가대상이다. 의평원은 이들 의대에 대해 교육자원, 교수 등 9개 평가 영역에서 92개 기준을 심사해 인증 여부를 가리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평가 때까지 2~6년간 인증을 부여한다.


정기평가는 통상 인증이 만료되기 전 일 년 간 진행된다. 평가대상이 되는 의대는 연초 의평원에 정기평가 신청서를 접수한 뒤 자체적으로 의대 교수와 행정처 직원 등으로 평가위원회를 꾸려 대학 운영체계, 기본의학교육 과정, 학생, 교수, 시설·설비, 졸업 후 교육 등에 대한 실태와 계획을 조사해 인증평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강의실, 실습실 등은 물론 학생 식당과 휴게실 등 편의시설 여부까지도 확인하도록 돼 있다. 등록금, 교원 인건비, 교육병원 확충 계획 등도 요구한다. 여러 차례의 수정·보완과 검토 과정을 거친 자체평가 연구보고서와 학생보고서를 7월 말까지 의평원에 제출하면, 의평원 내 방문평가단이 이를 서면으로 평가한 뒤 가을에 대학을 직접 방문해 또다시 확인한다. 지난해 정기평가를 받은 한 의대 관계자는 "준비하는 자체평가 보고서만 무려 600페이지, 중간평가 때도 300페이지에 달하는 서류 작업을 하느라 의대 내 행정력이 총동원되고 위원회에 속한 교수들은 업무 과부하를 호소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600쪽 보고서에 현장 실사까지"…'의평원 인증' 뭐길래

의평원에서도 한 해 평균 10곳, 많으면 수십곳을 평가·인증하기 위해 평소 300명가량의 의대 교수 풀을 확보하고 있다. 교수마다 외래진료와 학회, 연구 등으로 바쁘다 보니 일정을 조율하고 피평가대상이 되는 의대와 이해관계가 없는 교수들을 선별해 방문평가단을 구성한다. 평가단은 각 의대가 제출한 보고서와 직접 현장평가한 내용으로 최종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연말께 판정위원회가 열린다. 의평원 내 인증단장과 각 전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포함해 15인 이내로 구성되는 판정위원회는 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검토하고 의견을 들은 뒤 최종적으로 해당 대학에 대한 인증·불인증 여부, 인증 기간 등을 결정한다.


각 의대의 정기평가 사이에 이뤄지는 중간평가는 의평원이 이미 인증을 받은 대학을 대상으로 2년마다 인증 유지를 위해 실시한다. 올해 중간평가 대상 의대는 15곳이다.


의대 교육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는 사유가 발생하면 주요변화평가라는 별도 평가가 이뤄진다. 인증을 유지 중인 의대에서 교육병원 변경, 캠퍼스 이전 또는 분할, 소유권 변경, 학생 수의 변화 등 큰 변화가 있을 때 기본의학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인증 유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실시하는 평가다. 해당 의대에서 '주요변화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의평원이 이를 평가한다. 과거 일부 대학이 지방 의대 신설을 조건으로 허가를 받고도 학생들의 교육과 실습을 인가받지 않은 장소인 서울에서 실시해 논란이 된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주요변화평가를 거쳐 시정 조치를 받았다.


증원 의대에 적용한다는 주요변화평가란?

의평원은 내년도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들에 대해 당장 오는 11월까지 주요 변화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의대 40곳 중 서울 소재 8곳과 증원 폭이 10% 미만인 2곳(인제대, 연세대 원주)을 제외한 나머지 30곳이 대상이다. 지난달 30일 평가 설명회를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9월엔 서류 접수, 12월엔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가고 내년 1월까지 방문심사 등을 통해 교수 확보, 시설 확충, 재정지원 계획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안덕선 의평원 원장은 "대학이 제출한 지원 계획이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남은 인증 기간이 철회될 수 있다"며 "당장 정원이 서너 배 늘어나는 의대의 경우 학생들이 수업할 공간과 실습 환경, 부속병원 여건 등을 꼼꼼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도입된 주요변화평가는 정기평가 또는 중간평가와 마찬가지로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가 제시한 기본 의학교육 국제표준을 근간으로 마련된 'ASK 2019' 기준을 적용한다. 여기에 포함된 92개 기본기준 중 주요 변화로 인해 영향이 예상되는 기준 51개를 선별해 실시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평가인증 기준은 동일한 셈이다.


"600쪽 보고서에 현장 실사까지"…'의평원 인증' 뭐길래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지난달 30일 '주요변화평가 계획안 설명회'를 열고 내년도에 입학 정원이 10% 이상 늘어나는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앞으로 6년간 매년 주요변화를 평가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주요변화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의평원의 설명이다. 주요 교육병원 변경이나 캠퍼스 이전과 같은 변화는 교육에 미치는 효과가 당해연도에만 발생하므로 주요변화평가 역시 일회성으로 실시하게 된다. 반면 정원 증원의 경우 입학한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매해 이수해야 하는 기본의학교육 과정이 상이하므로, 이에 대한 대학의 준비 상태를 매년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변화평가 역시 3명으로 구성된 방문평가단이 1박2일 일정으로 현장 방문평가를 나간다. 평가 결과 또한 인증과 불인증 두 가지로 나뉜다. 단 불인증 판정은 일년간 유예할 수 있다. 의평원 규정엔 '불인증 판정을 유예받은 대학은 1년 이내에 재평가를 받아야 하며, 이 기간은 인증 상태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정 평가 항목이 기준에 미달한다고 해서 반드시 불인증 판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의평원 판정위원회가 교육 여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일년 뒤 재평가하기 때문에 그사이 대학이 의대 교육에 더 투자하거나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면 다음 평가에선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또 2025학년도 신입생이 의대에 입학한 경우, 해당 의대가 내년 초 주요변화평가 불인증을 받더라도 이 유예 제도를 통해 6년 후 문제없이 국시를 치를 수 있다.


"600쪽 보고서에 현장 실사까지"…'의평원 인증' 뭐길래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주요변화평가 계획안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최태원 기자 peaceful1@
정량평가 지표보단 정성평가 강화

이같은 의평원의 평가인증은 기본적으로 전문가 판단에 의한 정성평가가 주가 된다. 대학마다 캠퍼스나 여러 가지 처한 환경과 여건이 달라 일률적인 잣대나 수치에 근거한 정량적 지표보다는 정성평가를 강화하고 각 대학이 지속해서 의학교육 질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유승민 을지대 의대 학장은 "의평원 인증을 받아보기도 하고, 평가단으로 참여해보기도 한 입장에서 의료교육의 질을 정량적으로 수치를 정해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의평원과 의대 간에 협의와 설득을 해나가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학장은 "통상 지금까지 의대 평가는 그간 어떤 성과를 냈는지 그 증빙 자료를 바탕으로 진실성을 평가하는 셈이었다"며 "반면 이번 주요변화평가는 앞으로의 계획을 평가하는 것이라 실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어 건물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이 있으면 부지가 어떻고 예산을 어떻게 꾸리겠다 정도, 교원 확보 계획도 마스터플랜을 보여주고 확인받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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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평원 관계자는 "도저히 학생 교육을 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닌 한 기존에 인증을 받은 의대가 주요변화평가를 통해 불인증을 받는 건 쉽게 나올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며 "의평원은 평가기관으로서 전문성과 독립성, 신뢰성 등을 갖추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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