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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상담자도 상급자라 말 못한다…군내 가혹행위 여전[MZ 마음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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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스스로 목숨 끊는 장병들
가혹행위 증가하나 솜방망이 처벌
예방 대책 실패, 제도 개선 필요

매년 군대 내 자살자 수가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가혹행위, 폭행, 폭언 등이 꼽히는데 대부분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의 병영문화 개선과 실질적 자살예방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독]상담자도 상급자라 말 못한다…군내 가혹행위 여전[MZ 마음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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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가혹행위·폭행·폭언

24일 아시아경제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군 자살자 통계’에 따르면 군대 내 자살자 수는 2019년 62명, 2020년 42명, 2021년 83명, 2022년 70명, 2023년 6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간부는 44명, 병사는 24명이었다. 군별로는 육군이 42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군 13명, 국직부대 7명, 해군 5명, 해병대 1명이 뒤를 이었다. 계급별로는 장교 27명, 부사관 12명, 병사 24명, 군무원 5명이었다.


군은 신분적 계급과 종속적인 관계가 존재하는 특수한 조직이다. 이로 인한 군 복무 중 부적응과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고, 상급자의 가혹행위·폭력·폭언 등은 자살과의 밀접한 상호관계를 지닌다. 이제는 군대 내 자살을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것이 요구된다.

[단독]상담자도 상급자라 말 못한다…군내 가혹행위 여전[MZ 마음챙김]

실제 군에서 발생하는 가혹행위가 증가하고 있으나 실형을 받는 경우는 없었다. 지난해 ‘군 가혹행위 현황’에 따르면 육군은 2019년 20건에서 지난해 41건으로, 해군은 14건에서 68건으로, 공군은 9건에서 13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처벌 결과를 살펴보면 총 122건 중 실형은 0건, 집행유예 2건, 선고유예 0건, 벌금 12건, 불기소 42건 등으로 집계됐다.


군대 내 폭력과 폭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군 폭력 범죄 및 모욕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폭력 사건은 육군 567건, 해군 298건, 공군 101건 등으로 총 966건에 달했다. 처벌은 실형 2건, 집행유예 17건, 선고유예 5건, 벌금 151건, 불기소 497건 등이었다. 지난해 폭언·욕설 사건은 육군 323건, 해군 56건, 공군 59건 등 438건으로 조사됐으나 이 중 실형은 3건에 그쳤다. 반면 집행유예는 10건, 선고유예는 5건, 벌금은 9건, 불기소는 225건 등이었다.


[단독]상담자도 상급자라 말 못한다…군내 가혹행위 여전[MZ 마음챙김]
◆민간 상담사 연계, 철저한 비밀 보장
[단독]상담자도 상급자라 말 못한다…군내 가혹행위 여전[MZ 마음챙김] 육군 장병들이 정신전력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출처=국방부]

국방부는 자살예방대책으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을 통해 상담을 실시해 장병들의 군 생활 적응을 돕고 군 교관들을 자살예방교관으로 임명해 부대에서 자살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심리적 위기 장병을 조기 식별하기 위해 병무청의 병역판정검사부터 주기적인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 생활에 고충을 겪고 있는 장병을 대상으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인 그린캠프를 운영해 자살 위험군의 신속한 분리 및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관리를 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자살자가 줄지 않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군의 자살예방대책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군 내에서의 상담은 상급자가 하급자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도와주는 과정으로 인식된다. 이때 상담자와 내담자 간 동등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효과적인 상담이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상담 과정에서 병사들은 높은 부담감과 긴장감을 느끼고 낙인효과가 두려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상담 방식은 장병들이 자발적으로 요청하는 일은 드물고, 대부분이 그저 문제를 참고 견디려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가혹행위나 부조리가 연관된 경우 스스로 밝힐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많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자살, 우울 등에 대한 전문적인 대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결국 민간 상담사 연계, 철저한 비밀 보장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군대는 외부하고 차단된 독립된 집단이고, 내부에서 교육 및 상담 강화가 진행됐으면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며 “군 내에서의 상담은 개방적이지 못하고, 민간 상담 역시 제한적이다. 공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사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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