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붕괴, 교사 3000명에게 물었다
공교육의 위기와 교권 실태 설문
입시 중심 사교육,
공교육 붕괴·교권 침해 야기
'7세 고시'와 '초등 의대반' 등으로 대표되는 입시 중심 사교육은 공교육 붕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교권 침해도 야기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아시아경제와 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노조)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교사 3098명을 대상으로 '공교육의 위기와 교권 실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에 참여한 초등교사의 95%(2942명)는 '공교육이 붕괴했다'고 했다.
초등교사들은 학생, 학부모, 관리자(교장·교감), 사회 등 어느 집단에서도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관리자에게 존중받는다'는 응답은 47.6%, '학생에게 존중받는다'는 응답은 40.6%로 나타났다. 학부모 집단에선 19.2%, 사회에선 11.9%만이 '존중받는다'고 답해 학부모나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월등하게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학부모로부터 '존중받고 있지 않다'라고 응답한 교사가 전체의 49.1%에 달했고, 학생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응답(23.8%), 관리자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응답(25.6%)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최근 1년간 폭언이나 부당 민원 등의 교권 침해를 경험 혹은 목격했나'는 질문에 4명 중 3명(75.0%)이 "있다"고 했다.
교사들은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느끼는 순간을 '학부모의 부당한 민원과 항의가 전가될 때(89.2%·복수 응답)'로 꼽았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학부모 간섭이 잦아지면서 교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해졌고, 이 과정에서 책임은 교사가 떠안는 일방적인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41.4%는 '학교 차원에서 교권 침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교육은 왜 무너졌을까. 교사들이 가장 많이 꼽은 공교육 붕괴의 원인(복수 응답)은 '학부모 및 사회의 과도한 요구(78.9%)'였다. 이어 교권 약화(78.0%), 학생들의 생활태도 변화(32.3%), 과중한 행정업무(22.6%), 입시 중심 교육(19.8%) 순이었다.
입시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교사 3명 중 1명(35.6%)은 '초등교육에서도 사실상 입시 준비 압박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학부모들의 사교육 의존 비율은 87.6%로, 대부분의 부모가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학부모들로부터 선행학습 등의 요구를 받는 등 학습 운영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학생·학부모가 요구하는 사교육, 선행학습 등의 학습 목표가 학교 교육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가'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44.6%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7.8%는 입시 중심의 교육 문화가 초등학교 교육을 왜곡하고 있다고 봤다.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교육에 매달리다 보니, 교육은 대입 중심의 학원에 의존하는 반면 학교는 '보육 기관'으로 치부해버려 그 안의 교사는 덩달아 '보모' 신세로 전락하면서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학부모의 기대와 요구는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교실의 수업 운영과 교사 권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입시 중심 사고가 초등 교육 단계까지 침투한 결과, 교사의 전문성과 공교육 본연의 기능이 점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서 '교사는 ○○이다'고 할 때 빈칸에 들어갈 내용을 물었다. 자율 서술형으로 물은 질문에 3098명 중 절반(1465명)가량은 '보모'라는 뜻이 담긴 답변을 적어냈다. '보육하는 사람(960명)' '보모(230명)' '아이 돌보미(275명)'라고 적었다. 그밖에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답한 이들이 55명, '동네북(31명)' '욕받이(34명)' 등으로 답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노예'라고 말한 교사도 21명이 있었다.
교사들이 교실 현장에서 경험한 교권 하락 사례를 취합한 결과 '모기 잡아달라' '일기 써달라'는 등의 가지각색 민원부터 학생과 학부모의 폭력, 폭언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경우가 많았다.
지금 뜨는 뉴스
경기도의 교사는 "학생이 교사의 뺨을 때리는 것을 봤다"고 했다. 부산의 한 담임교사는 "반 아이가 혼자 놀다 다쳤는데, 학생 부모가 '담임이 가해 학생을 찾아주지 않으면서 사건을 은폐, 조작한다'고 허위 민원을 넣어 괴롭다"고 했다. 대구의 교사는 "교내 시상과 관련해 불만이 있는 학부모가 '담임이랑 말해 뭐하나. 교무실 가서 말하겠다'고 하는 걸 듣고 허탈했다"고 전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④존중의 실종…의욕 잃은 교사들 "공교육이 붕괴했다" 95%[단독]](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52713531275367_1748321592.jpg)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④존중의 실종…의욕 잃은 교사들 "공교육이 붕괴했다" 95%[단독]](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51510312258182_1747272682.jpg)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④존중의 실종…의욕 잃은 교사들 "공교육이 붕괴했다" 95%[단독]](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51515213459054_1747290094.jpg)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④존중의 실종…의욕 잃은 교사들 "공교육이 붕괴했다" 95%[단독]](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51510295358171_1747272593.jpg)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④존중의 실종…의욕 잃은 교사들 "공교육이 붕괴했다" 95%[단독]](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51511095858407_1747274998.jpg)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④존중의 실종…의욕 잃은 교사들 "공교육이 붕괴했다" 95%[단독]](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52809000276469_174839040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