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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③고3 황금돼지띠가 겪은 입시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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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띠의 수난, 12년간 9번 정책 변경
초 1 '학생부' 중학엔 '정시' 고교땐 의대 변덕
갈팡질팡 정책이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몰다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③고3 황금돼지띠가 겪은 입시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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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고시'로 대표되는 사교육과 공교육 붕괴 현상은 오락가락하는 정부 교육 정책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정확히는 정책이 너무 쉽게, 너무 자주 바뀐다는 게 문제다. 수능으로 대표되는 입시 제도가 바뀔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의 학원(사교육) 의존도가 올라가고,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이 치솟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입시 정책은 대체 얼마나 자주 바뀌었을까. 이와 관련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2007년생 '황금돼지띠' 학생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지난 12년간 겪은 입시 변천사를 분석한 내용을 소개한다.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③고3 황금돼지띠가 겪은 입시 롤러코스터

◆황금돼지띠 입시 롤러코스터를 타다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 황금돼지띠 학생들은 2014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황금돼지띠는 7년 만에 출산율이 증가한 세대로, 전년 대비 4만5000여명이 늘어난 49만여명이 취학했다. 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학생부 종합전형'이 도입됐다. 그러자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소위 '스펙 쌓기' 열풍이 불었다. 학생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다. 학급 회장·부회장 이력, 교내 외 활동, 각종 수상경력이 대학 입시의 필수 요소가 된 것이다.


황금돼지띠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2016년에는 수능에서 한국사가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수능에서 한국사 선택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자 교육부가 한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면서 평가방식도 바꾼 것이다. 그전에는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정한 대학은 서울대뿐이었다.


[한국의 교육, 길을 잃다]③고3 황금돼지띠가 겪은 입시 롤러코스터

황금돼지띠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된 2017년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변경됐다. 영어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 취지였다. 그런데 내신에서는 여전히 상대평가로 영어시험이 치러져 현장에선 '수능 영어'와 '내신 영어'를 따로 준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임 대표는 "이런 앞뒤도 맞지 않고 누더기 같은 정책이 입시 교육을 망친 것"이라고 했다. 사교육 현장에서 수능 영어를 선행 학습을 통해 빨리 끝내버리고 그 뒤에는 수학 등 다른 과목에 올인하자는 풍토가 생긴 것도 이즈음이라고 한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 유치원) 붐을 만든 것 역시 영어가 절대평가로 변경된 것과 무관치 않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615곳이었던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2023년 843곳으로 37%나 급증했다.

◆초등학교 땐 '학종' 중학교 땐 '정시'

2018년에는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엄마 찬스, 아빠 찬스'를 통한 불공정 이슈가 불거졌고, 급기야 학생부 종합전형을 폐지하자는 주장으로 번졌다. 정책만 믿고 교내외 활동에 주력했던 학생·학부모가 갈팡질팡하게 됐다.


황금돼지띠가 중학교 1학년이던 2020년에는 주요 16개 대학이 정시를 40%까지 확대하는 일이 있었다. 내신 위주의 입시에서 수능 중심 체제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 이듬해에는 통합 수능의 도입으로 이과생이 문과로 교차 지원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전국의 약대가 학부 모집으로 변경됐다.


또 그다음 해에는 39개 의대가 모두 학부 체제로 전환됐다.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로 불리는 의약학 계열 집중 현상이 심화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를 두고 "혁명적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때부터 성적 상위 수험생들이 '대학'보다 '의대'를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졌다. 지금의 '의대 광풍'을 만든 주범은 결국 정부, 갈팡질팡 교육 정책 탓이라는 것이다.


◆12년간 9차례, 실험실의 쥐 신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바뀐 입시는 황금돼지띠들의 고교 시절에도 이어졌다. 2023년 고등학교 1학년이 되자 정부는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한다고 했다. 킬러 문항은 빠졌는데,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불수능'이 되고 말았다. 이는 수학 사교육 학원으로 향하는 수험생들의 러시를 불렀다.


지난해에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있었다. 올해 고3이 된 황금돼지띠들은 의대 증원 바람을 타고 늘어난 N수생 선배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내년도 입시에선 의대 정원이 없던 일이 됐다.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교육정책 난맥상'의 끝판왕을 황금돼지띠들이 체험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황금돼지띠가 겪은 입시 정책 변화는 12년간 무려 9차례다. 1년 4개월에 한 번씩 정책이 바뀐 셈이다. 잦은 입시 변경에 학생과 학부모는 결국 학원에, 사교육에 기대게 된다. 지금의 공교육은 변덕스러운 교육 정책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는 것이 분명하다.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비싼 학원비를 내고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자녀를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교육이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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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대표는 "사교육이 불안을 조장하고, 의대 쏠림을 만들었다고요?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면서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진짜 원인은 잦은 입시 변동"이라며 "대학원(의전원)에 가야 의사가 될 수 있었던 시스템을 학부(의대)로 전환하면서 '수능만 잘 보면 의대생이 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게 누구냐"고 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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