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자살시도자 10명 중 4명
주요 원인 정신건강 문제
대부분 상담·치료 꺼려
회사원 김모씨(34)는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고 있다. 이런 사실은 가족들과 여자친구조차 모르고 있다. 사회적 낙인효과가 두려워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어서다. 김씨는 “처음에 병원을 가는 것조차 몇 달을 고민했다”며 “주변에서 어떻게 바라볼지 무섭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자살예방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20·30대 자살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청년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는 대인관계, 학교·직장 문제 등 정신건강 문제가 꼽힌다.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정신건강의학과·상담 기관으로 향하는 문턱은 여전히 높다. 결국 사회적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복되는 자살 시도, 지속적인 관리 필요
22일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20·3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로, 2022년 전체 사망 원인 중 비율은 각각 50.6%·37.9%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18년 17.6명·27.5명, 2019년 19.2명·26.9명, 2020년 21.7명·27.1명, 2021년 23.5명·27.3명, 2022년 21.4명·25.3명으로 나타났다.
실제 자살 시도자 10명 중 4명은 20·30대였다. 보건복지부의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자살시도자는 19~29세 9008명(29.4%), 30~39세는 4251명(13.8%)으로 집계됐다. 이는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사업에 참여한 85개 의료기관을 찾은 자살 시도자들을 분석한 결과다.
자살 시도 동기는 20대의 경우 정신건강(37.9%), 대인관계(18.0%), 학교·직장 문제(8.5%), 말다툼·야단맞음(6.9%), 경제문제(4.1%) 등 순으로 나타났다. 30대의 경우 정신건강(31.9%), 대인관계(18.1%), 말다툼·야단맞음(9.2%), 경제문제(8.4%), 학교·직장 문제(5.7%)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경제문제의 비율은 높아지고 정신건강·대인관계 비율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자살예방정책에서 세대별 차별화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신건강의학적 치료력을 살펴보면 치료 중은 20대 48.6%·30대 41.8%, 정신건강의학적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20대 8.3%·30대 12.3%로 나타났다. 신체 병력의 경우 건강함이 20대 51.7%·30대 48.6%, 만성질환으로 일상생활 지장 초래 20대 8.9%·30대 10.6%로 집계됐다. 자살 시도 당시 음주 여부는 20대 31.4%·30대 38.8%로 조사됐다. 과거 자살 시도 경험 있다는 응답은 20대 48.8%·30대 35.7%로 중장년층에 비해 많았다. 청년 자살시도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마음투자 사업 시작, 인식부터 개선돼야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대학교 상담 센터, 정신의료기관 등에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인정받았거나 국가건강검진에서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함이 확인된 경우 전국 443곳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일대일 대면 상담을 총 8회, 회당 50분 이상 받을 수 있는 이용권을 받을 수 있다.
대상자들은 상담센터 의뢰서 등 서류를 갖추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서비스를 신청 가능하다. 서비스 가격은 유형에 따라 1급 8만원, 2급 7만원으로 나뉜다. 본인 부담금은 소득수준에 달라지는데 중위소득 70% 초과 120% 이하에 해당하면 8000원만 내고 1급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자립준비청년 등은 본인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전문가 상담을 꺼린다. 청년들이라고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자살 생각 시 도움 요청 경험(중복응답)은 20대는 아무도 없음(53.2%), 친구·이웃(37.7%), 가족·친척(11.8%), 의료전문가(7.6%), 상담전문가(2.7%) 등으로 나타났다. 30대는 아무도 없음(41.5%), 친구·이웃(37.5%), 배우자·연인(22.3%), 가족·친척(13.4%), 의료전문가(14.5%) 등 순이었다.
전문가 상담을 받지 않은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 주변의 부정적 시선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향후 자살 생각 시 전문가 상담 의향은 20대(51.3%)와 30대(53.1%) 모두 없다는 응답이 과반이었다.
이은진 수원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혼자 헤쳐나갈 수 없는 상황에 마주하면 우울, 불안 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며 “마음이 힘들면 당연히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의 확대가 중요하고, 소외된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복지지원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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