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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국장에 질렸다" 이민 가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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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국장에 질렸다" 이민 가는 개미들 이창환 경제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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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저녁 모임. 가족부터 직장생활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다가 자연스럽게 주식투자 이야기도 나왔다. 친구 A가 "나는 한국 주식만 투자해 지금 많이 물렸다"고 말하자 여러 친구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친구 B가 하는 말. "아직도 국장(한국 증시)을 탈출 못 한 불쌍한 녀석이 너였구나." B는 "한국 증시에서는 너무 잃기만 해서 나는 진작 미국 주식으로 옮겨서 조금씩 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나는 엔비디아를 사서 돈을 벌었네" "테슬라를 샀네" "미국은 배당 상장지수펀드(ETF)가 안정적이네" 한마디씩 거든다. 급기야 "나는 지금 사는 집 빼고 전 재산을 미국 주식에 넣었다"는 친구 C까지 나왔다.


가까운 사례를 들었지만 요즘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중에 해외주식 없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직접투자든 간접투자든 요즘은 국내 주식보다는 해외주식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6월 말) 기준 국내투자자의 외화주식 보관금액은 946억4000만달러(약 131조원)로 작년 말 대비 23.1%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외화주식은 90.7%가 미국 주식이다.


개인들은 올해 상반기 우리 코스피시장에서 13조47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순매도한 금액은 30조원에 달한다. 한국 주식 팔아서 미국 주식을 산 사람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미들은 왜 국장을 등졌을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해외 주식 투자하기가 불편했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에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만 깔면 언제든지 해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손쉽게 달러를 환전하고,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해외에 비해 국내 증시와 기업들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수상승률만 봐도 처참하다. 올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4%대인데 나스닥지수는 약 20%,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약 15%가 올랐다. 심지어 개인들이 많이 투자하는 코스닥은 올해 마이너스다.


주주환원도 엉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한국 상장사들의 평균 주주 환원율은 29%였다. 같은 기간 미국은 92%,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은 68%에 달했는데 우리나라는 반도 못 미쳤다. 심지어 32%인 중국보다도 낮다. 우리 기업들은 주주에게 배당도 인색하고 그렇다고 자사주를 매입, 소각해서 주가를 부양할 의지도 부족하다.


그 와중에 불합리한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는 계속 발생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 대표적이다. 연간 1조원의 이익을 내는 건실한 두산밥캣과 한 번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는 두산로보틱스가 단지 시가총액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합병비율이 두산로보틱스에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두산뿐 아니라 한화와 SK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발생했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불공정 논란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왜 유명 대기업에서조차 이런 논란이 발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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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야당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까지 추진해 가뜩이나 엉망인 증시 분위기를 더 위축시키려 한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지 않고 금투세를 걷기 시작하면 이중과세 논란은 피할 수 없다. 금투세까지 도입된다면 한국 주식의 투자매력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개미들이 과연 한국증시로 돌아오는 날이 오기는 할까 우려된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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