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망치 0~0.1%대...1분기 기저효과 영향
내수부진으로 일부에서는 마이너스 성장 전망도
8월 금리인하 소수의견 나올 가능성
2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분기에 비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깜짝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에 더해 최근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역성장을 전망하는 기관들도 나온다. 2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온다면 기준금리 인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22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발표되는 우리나라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지난 5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 1.3%)을 토대로 역산하면 2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은 0.1~0.2%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은 조사국 "2분기 성장률 크게 조정 전망"
한은 조사국은 지난 16일 공개한 2분기 우리 경제평가에서 1분기 확대됐던 성장률이 2분기 들어 크게 조정됐다고 분석했다. 수출은 개선세가 뚜렷하지만 소비와 투자 등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다는 평가다.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1분기에 온화한 날씨, 휴대폰 조기 출시 등 일시적 요인도 가세하면서 크게 늘었던 내수가 2분기 중에는 고물가, 고금리 영향이 계속되면서 조정됐다"며 "내수가 수출에 비해 더딘 회복세를 보이다 보니 수출과 내수 간 성장 격차는 여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통계에서도 내수 부진이 감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 또한 전월보다 0.2%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4.1% 줄었다. 전산업 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이른바 '트리플 감소'를 보이면서 내수 부진 흐름이 지속됐다.
2분기 성장률 둔화는 1분기 깜짝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도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3%로 시장 예상치였던 0.6%를 훌쩍 넘었다. 1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성장'을 보였던 만큼 2분기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민간은 한은보다 더 낮은 2분기 성장률을 전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2분기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전분기 대비 0%로 제시했다. IBK투자증권 또한 0.1~0.2% 수준을 전망했다.
역성장 전망도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 성장률 -0.1%를 예측했다. 5월 산업생산이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산업생산이 마이너스 0.7%로 예측치인 플러스 0.2%를 크게 하회했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동반 부진하면서 2분기 성장률 전망치도 낮췄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 또한 2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을 0% 안팎으로 봤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IB들은 2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평균적으로 0.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의 경우 2분기 전망치로 -0.1%를 제시했고 HSBC는 -0.2%를 전망했다.
2분기 역성장하면 기준금리 인하 압박 커질 듯
2분기 경제성장률이 한은 예측치보다 낮게 나온다면 한은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도 더 커질 전망이다. 내수 진작 등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다음달 있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최근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내수와 수출의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순수출 기여도가 1분기 GDP에서 컸던 반면, 2분기에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고,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으로 건설투자, 민간소비 등이 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분기 성장률 감소폭이 예상보다 클 경우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8월 금리인하 소수 의견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가계부채, 주택시장, 환율 등을 고려하면 8월 인하는 이른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도 성장률이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2분기 GDP의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8월에는 내수 부진 등의 이유로 소수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실제 금리 인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더라도 향후 부진한 경기 흐름을 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부진한 내수를 감안하면 향후 성장률은 내려갈 것"이라며 "2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잘 나오더라도 2분기를 기점으로 경기 모멘텀은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