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금모래해수욕장을 출발해 하모체육공원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길 10코스는 제주 서남부 바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안 풍경들을 볼 수 있는 길로 꼽힌다. 황우치해변, 하모해수욕장, 사계어촌 등 다양한 바다와 맞닿은 정경들을 볼 수 있다. 한라산뿐만 아니라 산방산, 송악산 등 제주도의 다양한 산들을 맛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더불어 날이 좋으면 제주도의 또 다른 섬인 마라도와 가파도까지도 내다볼 수 있어 그야말로 제주도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길로 꼽힌다. 총 15.6㎞ 길이로 소요 시간은 5~6시간이다.
시작점인 화순금모래해수욕장은 작지만 아름다운 곳이다.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도 완만해 아이들과 해수욕을 즐기기에도 좋다. 바다 쪽으로는 멀리 형제섬이, 내륙 쪽으로는 산방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이다. 용천수를 이용한 야외수영장도 있다.
화순금모래해수욕장을 출발해 해안을 따라 2㎞ 정도를 걸으면 황우치해변과 산방산이 나온다. 산방산은 80만년 전에 형성된 종 모양의 용암 덩어리다. 제주 서남부 어느 곳에서나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도드라진다. 산방산은 그 아래 둘레와 백록담의 아래 둘레가 비슷해 한라산의 봉우리가 통째로 뽑혀 나와 산방산이 됐고, 그 뽑힌 자리는 백록담이 됐다는 전설이 있다. 이렇게 한 데는 제주도를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 설문대할망이 앉기 불편해 한라산 봉우리를 뽑았다는 전설도 있고, 한라산에서 사냥꾼이 쏜 화살이 빗나가 옥황상제의 엉덩이를 맞추는 바람에 옥황상제가 봉우리를 뽑은 것이라는 전설 등이 전해진다.
산방산과 바닷가 사이에 위치한 황우치해변은 약 16만㎡의 검은 모래사장이 드넓게 형성돼 있고, 용머리 해안과 기암절벽, 산방산 등과 조화를 이룬 해변이다. 아름다운 경관 덕에 오마이걸의 '던 던 댄스', 뉴진스의 '버블 검' 등 아이돌 뮤직비디오나 드라마 등에서도 자주 배경으로 쓰이는 곳이다.
사계리를 거쳐 계속 걷다 보면 송악산에 이른다. 세 번의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삼중 분화구로 이뤄진 산이다. 해송으로 뒤덮여 있어 송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파도가 소리쳐 운다는 뜻의 절울이오름이라는 이름도 있다. 이 일대는 일제강점기 일본이 대륙 침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고자 만든 알뜨르비행장이 있는 등 일제의 군사요충지로도 쓰였다. 당시 일본군이 만든 동굴이 해안절벽을 따라 숭숭 뚫려있는 등 근대사의 아픔이 여전히 느껴지는 곳이다. 이후 섯알오름, 하모해수욕장을 거쳐 하모체육공원에 이르면 오늘의 코스는 끝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