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보존부, 냉동 보관 후 연구 착수
"과학과 종의 보존 관점에서 엄청난 사건"
전 세계에서 지금껏 단 7마리밖에 발견된 적 없는 희귀종 해양 포유류인 부채이빨부리 고래로 추정되는 사체가 뉴질랜드 바닷가에 떠밀려 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일 뉴질랜드 남섬 오타고 해변에 좌초된 고래 사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고래의 몸 색깔과 두개골 형태·부리·이빨 모양을 종합한 결과, 희귀 해양 포유류인 부채이빨부리 고래로 추측됐다. 해당 고래는 수컷이며, 몸길이는 5.5m에 달한다.
뉴질랜드 보존부(DOC)는 성명을 내고 "부채이빨부리 고래는 1800년대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단 6마리의 표본만 기록된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대형 포유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견된 사체를 포함하면 총 7마리다.
보존부는 "1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뉴질랜드에서 발견됐다"라며 "과학·종의 보존 관점에서 볼 때 엄청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견된 사체는 비교적 외형이 덜 훼손돼 사상 최초로 완벽한 해부 가능 표본이 될 전망이다. 고래 사체를 견인한 한 보존부 관계자는 매체에 "완벽한 상태의 표본이었다"면서 "냄새도 나지 않았고 죽은 지 얼마 안 된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고래 사체 해부를 통해 부채이빨부리 고래와 다른 고래 종과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고래가 무엇을 먹이로 삼는지, 정확한 서식지가 어디인지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고래 사체는 부패 방지를 위해 냉동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팀은 사체에서 채취한 DNA 샘플을 받아 분석하고 있다.
한편 부채이빨부리 고래가 처음 인류에 알려진 건 1874년으로 알려졌다. 당시 뉴질랜드 피트섬에서 턱 조각이 발견되면서 부리 고래과의 별개 종으로 부채이빨부리 고래라는 종이 분류됐다. 그러나 100년이 넘도록 실제 확인되지 않아 이미 멸종한 것으로 추측됐다.
그러다가 2010년 뉴질랜드 북섬 오파페 해변에서 비교적 온전한 상태의 어미, 새끼 사체가 발견되면서 연구에 진전을 보였다. 현재 과학자들은 당시 회수한 사체를 토대로 부채이빨부리 고래의 외형을 추론하고 있다. 이 고래는 검은 주둥이, 어두운 지느러미, 흰 배가 특징이며 돌고래와 비슷한 부리를 가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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