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장품 부재료 값, 원재료의 두 배
다 사용한 립스틱, 정말 끝까지 사용한 걸까. 립스틱은 끝까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대표적인 화장품이다. 겉으로 나오지 않는 립스틱 용기 아랫부분에 상당량의 내용물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립스틱을 다 사용한 줄 알고 버리려던 김은재씨(35)는 면봉으로 계속 파도 내용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립스틱 끝까지 다 쓰는 법'을 검색해 용기를 분리해보니 적게는 립스틱 3분의 1 분량이, 많게는 립스틱 하나 정도의 내용물이 나왔다. 그는 "다 쓴 립스틱 2개를 모으면 새 립스틱 하나 사는 것과 같은 양이 나온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다 쓴 줄 알고 버렸던 립스틱들이 알고 보면 적혀 있는 용량의 절반 정도만 쓰고 버렸던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화장품 기업들이 쓸 수도 없는 내용물을 용기에 채우는 이유는 화장품 원료를 구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립스틱 구매에 쓴 돈 대부분이 용기(케이스), 마케팅 비용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화장품사업부문에서 지출한 원재료 비용은 4125억1400만원이다. 이 중 스킨, 로션 등 각종 화장품 원료는 1037억7500만원에 불과했지만 용기, 뚜껑, 포장지 등 보조재에 쓴 비용은 원료의 두 배인 2330억7400만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1월~3월)도 마찬가지다. 화장품사업부문 원재료 비용 911억2100원 가운데 내용물에 해당하는 원료값은 243억원, 용기를 포함한 보조재 비용은 473억3880원이었다. 화장품 원료의 두 배가 용기, 포장재 구입에 쓰인다는 뜻이다.
LG생활건강 역시 지난해 화장품 원재료 비용 6333억원 가운데 화장품 원료에는 19%에 해당하는 1204억원이, 용기나 뚜껑 등에는 43.9%인 2781억원이 쓰였다. 올해 1분기도 1725억원 원재료값 중에 화장품 원료는 20.6%에 해당하는 356억원에 불과하다.
로드숍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상황은 같다. 지난해 원재료 총 금액 1007억4779만원 가운데 화장품 원료값은 203억6624만원(20.2%)이고, 용기 등 포장비에 404억6780만원(40.7%)이 들었다. 올해 1분기에는 화장품 사업부문에 쓴 259억1624만원 가운데 원료값 51억186만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102억7411만원을 부재료 비용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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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화장품 기업들이 용기 안에 숨어 있는 내용물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 알뜰 소비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소비자들이 끝까지 내용물을 다 쓰는 노력을 하는 데 주목했다. 그는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알뜰하게 제품을 쓰겠다는 마음이 강할 것"이라며 "스마트컨슈머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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