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 아동학대 사건 모친 심경 글 공개
"멀쩡히 갔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제게 왔다"
경기 양주시 한 태권도장 관장에게 학대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4세 남아의 모친이 쓴 입장문이 공개됐다.
피해 남아의 어머니인 A씨는 사건 발생 이튿날인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아이가) 현재 뇌사 상태이고, 약물로 억지로 심장이라도 자극하고 있다"고 상황을 밝혔다. 이어 "언제 심정지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 온 가족과 친척들은 마지막으로 만나기 위해 모여 있다"며 "어제 아침에 제 아이는 멀쩡히 유치원에 가고 물놀이하다가 태권도장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제게 왔다"고 토로했다.
A씨는 "뇌는 기능을 정지했고, 아이 얼굴은 모든 혈관이 터져 있다. 현지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는 빈껍데기로 겨우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다. 겨우 정신줄 부여잡고 아이 옆에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는 모든 교수 의사들이 제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한다"며 "원래 아픈 아이가 아니었고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는데 마음의 준비를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고 절규하기도 했다.
사건은 앞서 지난 12일 벌어졌다. 이날 오후 7시40분께 경찰, 소방당국은 경기 양주시 덕계동 한 태권도장에 있는 건물 의원으로부터 "5살 남자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이 피해 아동을 발견했을 때 아이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으며,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급송됐다. A군은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태권도장 관장인 30대 B씨를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말아서 세워놓은 매트 사이에 피해 아동을 거꾸로 집어넣은 뒤 10~20분가량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동이 숨을 쉬지 않자 B씨는 태권도장과 같은 건물에 있는 의원에 아이를 데려갔다.
또 B씨는 범행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장난으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B씨를 입건, 구체적인 사건 발생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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