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기후위기 직격탄
2021년 유메노시마공원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경기장. 러시아 선수 스베틀라나 곰보에바(23)가 여자 양궁랭키라운드 경기에 참가했다. 72발을 모두 다 쏜 다음 자신의 점수를 확인하려던 찰나, 곰보에바는 쓰러지고 만다. 뙤약볕 아래 종일 서 있다가 체력이 고갈돼 실신한 것이다. 그는 곧바로 그늘로 옮겨져 얼음찜질 등 처치를 받은 뒤 회복했지만 ‘기후위기’가 스포츠 현장에서 현실화된 사례를 보여줬다. 곰보에바는 세계랭킹 13위로 2020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첫 우승을 했지만 이날 경기에선 64명의 선수 중 45위에 그쳤다. 도쿄올림픽위원회가 밝힌 이날 최고기온은 33도였는데 높은 습도로 체감기온은 40도 가까이 치솟았다.
2024년 파리올림픽의 평균 기온은 섭씨 40도 습도 80%. 도쿄올림픽보다 더 덥고 습한 ‘최악의 폭염 올림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열사병으로 선수의 부상이 늘거나 불볕더위로 인한 경기일정 변경도 우려된다. 올해 치러질 예정이었던 파리 오픈워커스위밍 월드컵도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 후 센강 수질이 나빠져 대회가 취소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영국 지속가능한 스포츠협회는 지난달 “기록적 폭염 탓에 파리 올림픽은 도쿄올림픽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도 당초 ‘에어컨 없는 올림픽’을 계획했지만 기록적인 무더위에 대응하기 위해 에어컨을 허용키로 했다. 또 파리올림픽 위원회 측은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를 이른 아침에 열기로 하는 등 폭염에 대비해 야외 경기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기온 직격탄 맞는 동계올림픽...폭염에 선수들 기권도 속출
이상기온이 스포츠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해안침식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해변지역 스포츠 개최가 어렵다. 녹조가 많아지면 야외 수상 스포츠가 제한된다. 극한의 무더위나 장시간의 가뭄은 스포츠 기반시설을 손상한다. 선수들의 기권이나 경기포기도 많아진다. 2014년 호주 오픈테니스 경기 당시 대회 4일 연속 41도의 폭염으로 기권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도쿄올림픽은 철인 3종 경기 당시 땡볕더위에 실신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는 것은 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겨울 기온 상승 탓에 100% 인공눈으로 개최됐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글로벌 스포츠 행사 속 기후대응 현황 및 향후 입법계획)에 따르면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2월 낮 평균 온도는 1924년~1950년에는 0.4도 였으나 1960~1990년대에는 3.1도, 1990~2022년도에는 6.3도로 높아졌다.
올림픽 자체의 탄소배출량 높아...목표치 설정 저감 노력 지속
역설적인 대목은 올림픽·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들은 발생시키는 탄소배출량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으로 탄소배출이 약 185만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으로 탄소 약 360만톤이 배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올림픽 개최 기간에는 비행기 운항이 급증해 탄소배출이 늘어나고, 경기장 신규 건설 그리고 대규모 조경물 건설 등으로 인해 탄소배출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지금 뜨는 뉴스
이 때문에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당초 탄소배출 목표치를 190만톤으로 설정했다. 기존 올림픽 대회 대비 50% 줄어든 숫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리 올림픽의 금·은메달 제작 방식이다. 메달 소재는 100% 재활용하기로 하고 메달 뒷면에는 에펠탑 개보수 과정에서 철거해 보관하던 철조각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파리 올림픽 조직 위원회는 경기장의 95%를 새로 짓지 않고 기존 관광명소, 전시장, 공공 체육 시설로 활용할 방침이다. 좌석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하고 건물도 목재로 쓰기로 했다. 또 경기에 활용되는 200만개 운동기구 중 75%를 임차해 대회 이후 재사용하기로 했다. 선수단 이동거리 최소화를 위해 선수촌도 경기장 반경 10km 이내에 조성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