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우천시는 어디 있는 도시인가요"…성인 문해력 수준 심각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7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지난해 성인 문해력 테스트 8만여명
"짧고 자극적인 정보에 익숙해진 탓"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직 어린이집 교사가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이 교사에 따르면 한 학부모는 '우천 시 장소를 변경한다'는 공지를 보고 "우천시가 어느 도시냐"라고 되물었다. 또 '(어떤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을 권장합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묻는 문의가 빗발쳤다고 했다. 이 교사는 "나도 그리 똑똑한 사람은 아니지만, 요즘 성인들의 문해력 수준이 정말 심각하다고 느낀다"며 "날이 갈수록 기본적인 어휘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우천시는 어디 있는 도시인가요"…성인 문해력 수준 심각
AD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거졌던 '성인 문해력 논란'이 모든 세대로 번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자극적·단발적인 정보가 대량 유통되는 미디어 사회에서 긴 글을 끈기 있게 읽고 해석하려는 현대인의 능력과 습관이 부족해진 점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성인 문해력 논란이 불거진 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실시간 검색어에 '사흘 연휴'란 표현이 올라온 것을 보고 '3일을 왜 사흘로 쓰냐'라는 질문이 쏟아졌고, 2021년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 대선 후보를 만나 '무운을 빈다'는 표현을 건넨 것을 두고 한 방송사 기자가 '운이 없길 빈다'라는 뜻으로 잘못 해석해 보도하기도 했다. 2022년엔 한 웹툰 작가가 사인회 예약 안내문에서 쓴 '심심한 사과'란 단어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과'라는 뜻으로 왜곡됐다.


성인 문해력 논란이 불거지며 문해력 수준을 스스로 측정할 수 있는 '성인 문해력 테스트'의 인기가 한동안 폭발하기도 했다. 2022년 6월,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조병영 한양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성인 문해력 테스트의 응시자 수는 2022년 7만1100명에서 지난해 8만2400명으로 늘었다. 올해 6월까지 집계된 응시자 수도 2만6600여명에 달한다. 밀리의 서재가 KBS 한국어진흥원의 검수를 받아 개발한 문해력 자기진단 테스트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응시자가 65만명을 넘는다.


"우천시는 어디 있는 도시인가요"…성인 문해력 수준 심각


그럼에도 성인 문해력 테스트의 평균 점수는 절반을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EBS가 20~40대에 해당하는 성인 350명을 대상으로 사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15개 문항 가운데 평균 6.19개를 맞춰 정답률은 50%도 되지 않았다. 밀리의 서재가 제공하는 문해력 테스트의 평균 점수 역시 66점으로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EBS 관계자는 "성인 문해력 테스트가 출시된 2022년 여름 두 달 가량에만 4만명이 넘는 인원이 응시할 정도로 인기였다"며 "전체 문항 가운데 몇 개를 정도를 맞춰야 '문해력이 우수하다'라는 등 등급을 매겨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상당수 성인이 문해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우천시는 어디 있는 도시인가요"…성인 문해력 수준 심각 EBS의 '당신의 문해력' 프로그램 로고[사진=EBS 공식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 등으로 짧고 자극적인 정보에만 익숙해진 세태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봤다.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유통되는 온라인 세상에 익숙해진 탓에 현대인들이 긴 글을 끈기 있게 읽어가는 습관 자체를 기르기 힘들어졌고, 정보를 선택적으로 골라 원하는 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뜻이다.


과거와 비교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통의 폭과 횟수가 증가한 점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과거엔 비슷한 분야 및 환경에 처한 사람끼리 소통했으나 지금은 미디어의 발달로 온갖 세대와 분야가 뒤섞여 소통하다 보니 사회가 요구하는 문해력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서혁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많은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디지털 읽기'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긴 호흡으로 책을 읽으며 정보를 맥락에 맞게, 또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여기에 과거와 비교해 소통의 폭과 횟수가 증가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문해력의 수준은 더욱 높아졌다. 이것을 현대인들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