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성장가능성 높은 아세안 공략
배터리 핵심부품 중국 의존도 탈피
"현대차그룹과 인도네시아는 ‘믐부까 잘란 바루(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정신으로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 내 HLI그린파워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전기차 생태계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으로 배터리를 포함한 산업 전반이 위축됐지만 결국 전동화 전환이 가야 할 길이며 현대차와 인도네시아가 협력해 미래를 열어가자는 당부였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배터리 등 전기차 산업 전반 내재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세안 권역을 미래 유망 시장으로 꼽은 현대차그룹으로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번에 배터리셀·전기차 일괄 생산체제 구축은 현지 시장을 넘어 아세안 전기차 생태계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갖는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한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생태계를 꾸렸다. 전용전기차인 아이오닉(현대차)·EV(기아) 시리즈를 비롯해 파생형 전기차 대부분을 한국에서 만들어 전 세계 각지에 수출해왔다. 미국과 중국, 인도, 체코 등 해외 공장에서 일부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으나 배터리 등 부품수급은 우리나라 등 다른 지역에서 해결해왔다.
인도네시아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HLI그린파워를 통해 현지에서 배터리 원자재를 조달하고 최종 완성차까지 생산한다. 여기에 현지 충전시스템을 확대하고 배터리 재활용 등 전기차 전·후방산업 전반을 하나로 엮는 생태계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인도네시아는 물론 아세안 시장 전반이 중국이나 미국·유럽에 비해 전동화 전환이 아직 더디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포석이다.
이날 행사가 열린 HLI그린파워는 2021년 9월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하반기 시험생산을 시작했다. 올해 2분기부터 배터리셀을 생산하고 있다. 32만㎡ 부지에 전극·조립·활성화 공장 등을 갖췄다. 전기차 15만대분 이상에 공급 가능한 연산 10GWh 규모다. 이곳 배터리는 고함량 니켈과 코발트, 망간에 출력을 높여주고 화학적 불안정성을 낮추는 알루미늄을 추가한 고성능 NCMA 리튬이온 배터리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물론 현대차·기아 다른 모델에도 쓰일 예정이다. 오는 17일부터 양산하는 신형 코나 전기차에도 들어간다. 코나 전기차는 아이오닉5에 이어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두 번째 전기차다. 최근 현지에서도 첨단기능을 갖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늘고 있는 터라 회사에서도 현지 대표 전기차로 키워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현지 정부도 힘을 싣는다. 인도네시아는 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0년 전기차 생산 60만대를 목표로 잡고 있다. 전기차는 2부제 적용 대상 제외이며 자카르타 등 주요 도시에서 최대 15%에 달하는 등록세를 면제·감면받는다. 현지 부품이나 인력 등을 써 현지화율 조건을 만족하면 사치세(15%)를 면제받고 한시적으로 부가세를 1%만 적용받는다. 2030년까지 관용차를 매해 1만대 이상씩 전기차로 바꾸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인도네시아 전체 전기차 판매량이 1만800대 수준으로 아직 전체 신차 수요의 2% 남짓이나 앞으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배경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역시 최근 잇따라 현지에 진출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현대차는 앞으로 현지 시장에 맞는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기로 했다. 전기차 전문 정비인력과 시설·공간을 마련해 AS 만족도도 높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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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은 "인도네시아 전기차 산업의 활성화는 동남아시아 전체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협력을 강화해 자원순환형 수소 설루션에서부터 미래 항공 모빌리티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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