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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테러' 직후 첫 대면…北, 삐라 내던지며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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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감행하고 사과 대신 적반하장 태도
'국면전환' 노린 회담 제안…충돌만 거듭
北, 개백정·정신병자·총살 등 욕설 난무

북한 공작원이 '전두환 암살'을 기도한 아웅산 테러 직후 이뤄진 남북 간의 첫 대면에서 북한이 보여준 적반하장식 태도가 고스란히 담긴 사료가 공개됐다. 북한은 테러로 국제적 지탄을 받자 국면 전환을 노린 회담을 제안했지만, 정작 어렵게 성사된 회담에서 삐라(전단)를 내던지거나 '정신병자' 등 회담장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욕설까지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남북회담 사료집 10~11권을 2일 일반에 공개했다. 2022~2023년 네 차례에 걸쳐 남북 회담문서를 공개한 데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새로 공개된 문서에는 ▲민족화합민주통일방안 발표(1982년 1월) ▲전두환 암살을 기도한 아웅산 묘소 폭발사건(1983년 10월) 및 북한의 3자 회담 제의(1984년 1월) ▲남북 체육회담(1984년 4~5월) ▲수재물자 인도·인수(1984년 9~10월) ▲8~10차 남북 적십자회담(1985년 5~12월) ▲이산가족 고향 방문 및 예술공연단 교환(1985년 9월) 등의 진행 과정이 담겼다.


'아웅산 테러' 직후 첫 대면…北, 삐라 내던지며 욕설 1984년 4월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제2차 남북 체육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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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따르면 북한은 1980년 총리 회담을 위한 실무대표 접촉이 성과 없이 끝난 뒤 남측의 대화 제의를 줄곧 거부했다. 이후 1983년 버마(지금의 미얀마)에서 아웅산 묘소 폭발사건이 발생했고, 이로부터 3개월 만에 남북과 미국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제안하고 나섰다. 두 달밖에 남지 않은 LA올림픽에서 단일팀 구성을 논의하자면서 '국면 전환용'으로 손을 내민 것이다.


1984년 4월 대화가 어렵게 복원됐지만, 정작 회담장에선 관계 회복을 위한 '논의' 대신 고성과 욕설이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아웅산 폭발 테러와 영화인 신상옥·최은희 부부 납북 민감한 사안들을 놓고 양측이 거세게 충돌한 것이다.


우리 측 대표는 첫 발언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수행단을 겨냥한 북한의 버마 테러로 17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북한이 먼저 테러 공작에 대해 시인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사건이 '남측의 자작극'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적반하장으로 맞섰다. 남측이 아웅산 테러로 체포된 범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선언하자, 북측은 "그 어디서 단막극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라며 "버마에서 무슨 폭발을 해, 무얼 어떻게 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북한은 오히려 남측을 겨냥해 '테러의 본산'이라고 비난했고, 이에 남측은 "북한 땅에 공산주의가 아닌 다른 사상을 가질 수 있는 자유가 존재하느냐"고 받아쳤다. 사상의 자유뿐만 아니라 종교·출판·거주의 자유가 있느냐고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정곡을 찔린 북측 인사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뒤따른 북측 대표단의 발언은 "모든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곳이(소란)…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곳이 어디야…(고성)"으로 기록됐다. 남측은 나아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언급하며 "귀측의 부자세습왕조 구축과 우상화는 자유세계는 물론, 심지어 귀측과 같은 체제를 가진 공산권 내부에서까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직격했다.


충돌 과정에서 북한은 남측이 회담 당일 아침부터 전단을 살포했다며 화제를 돌리기도 했다. 당시 북측 대표는 "오늘 새벽 귀측(남측) 해당 기관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우리 측 지역 일대에 우리를 비방·중상하는 내용의 선전삐라들을 다량 살포했다"며 "오늘의 첫 체육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벌어진 이 전례 없는 삐라 살포 사건은 우리 측을 모독하고 회담 앞에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려는 매우 불순한 도발행위"라고 강변했다. "이게 뭐야, 이거 보라!"라고 외치며 전단을 냅다 던지기도 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문서공개 예비심사위원)은 "1980년대는 남북이 모두 전단을 뿌리던 시기"라며 "문서 내용만으로 북한이 그간의 전단을 모아서 갖고 온 건지, 실제 (회담 직전) 뿌려진 것을 갖고 온 건지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취재진까지 고성과 욕설을 쏟아내며 회담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회담 문서에는 '북한 측 대표들은 우리 측 대표가 발언하는 도중 성냥갑을 던졌고, 북한 기자들까지 합세해 기물로 책상을 계속 두드리거나 욕설을 퍼부었다'고 기록됐다.


3주 뒤 다시 회담이 열렸지만, 남과 북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해 4월30일에 열린 회담 기록에는 남측이 북한 체제에 대해 '세습체제' '독재주의'라고 비판하자, 북측이 욕설로 받아친 내용이 담겼다. 북한은 체제 비판에 "뭐야, 정신병자 아니야" "개백정 같은" "너 자체가 반역자야" "너와 같은 반역인은 인민 앞에 총탄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라" 등 발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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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회담은 3차까지 열렸지만, 4차부터 북한이 거부했다. 북한은 소련을 필두로 한 공산권과 함께 LA올림픽에 불참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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