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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조직에서 나와라"…日 최초 여성 야쿠자의 화려한 이력[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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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여성 야쿠자 단원으로 활동
"야쿠자는 이제 사기꾼 집단"
비영리단체 홍보부장·지국장으로 갱생 도맡아

우리나라에 조폭이 있다면 일본에는 야쿠자가 있죠. 우리나라처럼 총기 소지가 허용되지 않는 일본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한다면 웬만해서는 야쿠자의 소행일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 초에도 대낮 카페테라스에 앉아있던 남성이 총을 맞고 숨지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범행 동기가 다른 파로 넘어간 조직원을 응징하기 위해서였죠.


갑자기 섬뜩하게 웬 야쿠자 이야기를 꺼내냐고요? 이번 주 일본에서는 야쿠자 등 범죄자들이 출소 이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을 돕는 여성 활동가가 화제가 됐습니다. 이분의 이력이 정말 화려한데요. 일본 최초의 여성 야쿠자로 소위 '날렸던' 사람이기 때문이죠. 지금은 조직에서 손을 씻고 나와 출소자들을 교화하는 역할에 나서고 있는데요. 오늘은 "조직으로 돌아오십쇼" 대신 "제발 조직에서 나와라"를 외치는 니시무라 마코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제발 조직에서 나와라"…日 최초 여성 야쿠자의 화려한 이력[일본人사이드] 니시무라 마코씨의 20대 모습.(사진출처=아메바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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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무라씨는 비영리단체 고진카이(五仁會)의 홍보부장 겸 기후현 지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1966년생으로 아이치현에서 태어나 자랐죠. 그는 중학교 2학년때 탈선, 불량청소년의 길을 걷습니다. 소년원에만 두 차례 들어갔다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첫 번째 소년원에 들어가기 전에 야쿠자 정식 단원은 아니지만 수습직원처럼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10대 후반에는 "여자라도 좋으니 우리 조직에 들어와서 야쿠자가 돼라"는 제안을 받았고, 스무살이 되자마자 스기노구미라는 조직에 들어오게 됩니다.


여성 야쿠자는 전무후무했다고 하는데요. 이후 그는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다닙니다. 1986년 싸움을 벌이다 체포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1987년에는 각성제를 소지했다가 체포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죠. 일본에서는 경찰청이 야쿠자 파벌과 단원을 인정하는데, 이러한 범죄 이력으로 그는 최초의 여성 야쿠자로 공식(?) 인정까지 받게 됩니다. 출소 후 다시 조직에 복귀해 또 한차례 파문을 일으켰죠.


"제발 조직에서 나와라"…日 최초 여성 야쿠자의 화려한 이력[일본人사이드] 자서전에 싸인 중인 니시무라씨.(사진출처=니시무라마코 인스타그램)

30살 무렵 결혼과 출산을 하고 본인은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쉬울 리가 없죠, 일단 남편도 야쿠자기 때문에, 사실상 조직안에서 형수님이 된 거죠. 아예 조직 말고 다른 생활을 해보고 싶어 병원 사무보조 등에 지원하지만 이때부터 본인의 과거 이력이 모두 잘못된 것임을 느끼게 됐다고 합니다. 면접을 보러 가서 일단 문신이 있다고 하면 거절당했고, 어떻게든 숨겨서 성실히 일해도 들키는 순간 바로 해고당하는데요. 작은 타투도 아니고 야쿠자의 이레즈미였으니 당연히 놀랄 만 했겠습니다만.. 여하튼 이런 일들을 거듭하면서 "전과자는 사회에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지금 들어가 활동하고 있는 고진카이의 회장을 만나게 됐고, 이를 통해 본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을 맞게 됩니다. 2012년에는 "이제 야쿠자는 아예 사기 집단으로 변모했다"며 돌아섰고 조직에서도 제명당하죠. 이후에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출소자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 법무성이 매년 공개하는 범죄백서에 따르면 검거된 범죄자는 2002년 35만명에서 2022년 17만명으로 절반 줄었지만, 정작 범죄자 2명 중 1명은 과거에도 검거된 이력이 있는 재범자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한마디로 범죄를 저지르고 출소해서 다시 또 범죄를 반복하는 악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죠. 니시무라씨는 "경제적 상황이 여의찮거나 등의 이유로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이 적응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조성해 조직 등에 속해 있다면 나오도록 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한 자리 만들기를 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처럼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밝혔는데요.


"제발 조직에서 나와라"…日 최초 여성 야쿠자의 화려한 이력[일본人사이드] 고진카이 회원들과 유흥가 환경정화 활동 중인 니시무라씨.(사진출처=니시무라 마코 인스타그램)

그는 계속해서 사회 공헌 활동과 갱생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가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고진카이는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과 본인들이 몸담았던 유흥가의 쓰레기를 주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어린이날을 맞아 보육원 봉사활동을 나가고, 학교를 찾아가 탈선하지 말 것을 몸소 강연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니시무라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야쿠자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다. 야쿠자 사회는 머지않아 없어질 것"이라는 내용을 거듭 강조했는데요.



물론 일본에서도 이에 대해서 "범죄자의 적응까지 도와줘야 하느냐"와 "매우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는 의견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야쿠자 세계에 균열을 내고 그들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데에는 성공하지 않았을까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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