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전지에 붙은 불은 끌 수 없어"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대규모 화재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리튬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직원들의 몸을 경직시켜 대피를 더 어렵게 했을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피를 하려고 했더라도 유독가스를 마셔서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대피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리튬 전지는 목재와 비교할 때 유독가스가 수백 배 이상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불산, 벤젠, 아크롤레인, 톨루엔"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물질이 호흡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 심장마비도 일으킬 수 있고 벤젠 같은 경우는 마취 증상이 나타난다. 대피하려고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는데 이때문에 대피를 못 하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공 교수는 완제품 리튬 전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과 관련 강한 충격이나 제조상 결함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그는 "전지에 플러스마이너스 극이 있고 분리막이 있다"며 "분리막이 손상됐다면 고열이 발생하는데, 이렇게 되면 폭발로 쉽게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한 가지는 리튬이 물과 만나면 수소가스, 즉 가연성 가스가 발생한다"며 "그 자체로는 폭발은 일어나지 않지만 포장지의 마찰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의해서 불꽃이 조금만이라도 있으면 그것 또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대다수 사망자가 발견된 2층은 1185㎡(350평) 규모로, 이곳에 불이 번지는데 단 1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공 교수는 "열폭주 현상이라고 해서 옆에 있는 배터리가 고열로 인해서 폭발이 일어나면 그 열이 바로 옆에 이상 없는 배터리로 전달이 된다"며 "그래서 똑같은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화재 현장 목격자들이 들었다고 진술한 '타닥타닥' 소리 역시 건전지가 터지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화재 초반 근로자들이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과 관련해서는 "리튬 전지에 붙은 불을 끌 수가 없다"며 "또 (리튬이) 물과 만나면 수소가스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가연물을 계속 생산하기 때문에 화재가 확대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 교수는 화재 현장 인근으로 독성물질이 퍼졌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유해물질 안전관리국에 의하면 리튬 전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최소 반경 800m까지는 위험하니 그 이상으로 대피를 하라고 권고한다"며 "화재 난 공장 인근에 거주한다면 창문을 잘 닫아놓는 게 중요하고 환풍기나 공기청정기를 틀어서 실내를 정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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