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자에서 발생한 열을 컴퓨팅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에서 고안됐다. 반도체 소자에서 발생한 열은 에너지 소모량을 증가시키고, 반도체의 정상 동작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열 발생을 최소화하는 게 기존 반도체 기술의 관건으로 여겨졌다. 반면 고안된 기술은 그간 애물단지였던 열을 오히려 컴퓨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KAIST는 김경민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산화물 반도체의 전기-열 상호작용 기반의 열 컴퓨팅(Thermal computing)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기-열 상호작용이 강한 모트 전이(Mott transition) 반도체를 활용했다. 이 반도체 소자에서 열을 저장하고, 전달하는 기능을 최적화해 열을 이용하는 컴퓨팅을 구현한 것이다.
개발된 열 컴퓨팅 기술은 기존의 CPU, GPU 등 디지털 프로세서보다 적은(100만분의 1 수준) 에너지로, 경로 찾기 등 복잡한 최적화 문제를 풀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모트 전이 반도체는 온도에 따라 전기적 특성이 부도체에서 도체로 변하는 전기-열 상호작용이 강한 반도체 소자다.
연구팀은 낮은 열전도도와 높은 비열을 가지고 있는 폴리이미드(우수한 기계적 강도·유연성·내열성을 가진 폴리머 소재로, 디스플레이·태양전지·메모리 등에 활용) 기판 상에 모트 전이 반도체 소자를 제작해 모트 전이 반도체 소자에서 발생한 열이 폴리이미드 기판에 저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 결과 저장된 열은 일정 시간 유지되면서 시간적 정보 역할을 했고, 공간적으로도 이웃 소자로 전파돼 공간적 정보 역할을 했다. 열 정보를 시공간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이를 활용한 컴퓨팅 수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김 교수는 “열은 저장할 수 있고, 전달할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면 컴퓨팅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기존에 버려지던 열을 컴퓨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개념을 최초로 제안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면 뉴런 등 신경계의 복잡한 신호도 매우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으며, 고차원의 최적화 문제를 기존의 반도체 기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양자 컴퓨팅’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의 샌디아 국립 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y)와의 공동연구로 결과물이 검증됐다. 연구에는 KAIST 신소재공학과 김광민 박사과정, 인재현 박사, 이영현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Impact factor: 41.2)' 6월 18일자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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