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마을 정류장에서 칠장사까지 18㎞
경기둘레길의 안성39코스는 한강 남쪽과 금강 북쪽, 광천마을 정류장에서 칠장사까지 이어진 길이다. 시작점은 현풍곽씨 충효각이다. 15세기 중반부터 일죽면 장암리와 화봉리 송산마을, 광천마을에서 집성촌을 이루며 살았던 현풍곽씨는 삼대를 이어 효자, 효부를 배출했다고 한다.
인근 안성시 죽산면 매산리에는 죽주산성이 있다. 6세기 삼국 시대에 축조됐다고 추정된다. 이 지역은 충청, 전라, 경상도 삼남지방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으로, 삼국시대부터 전략요충지였다. 고려 시대 때는 몽골 3차 침입 당시 15일간 전투를 펼쳐 승리한 곳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에도 격전지였다. 내성, 본성, 외성의 3중 구조다.
인근의 문화재로 안성봉업사지가 있다. 봉업사는 고려를 세운 것을 기념해 세운 호국사찰이다. 현재 봉업사지에 남아있는 유물로는 죽산리 오층석탑, 죽산리 당간지주 등이 있다. 걷는 길은 옛길로는 영남로에 해당한다. 조선시대 한양과 각 지방을 잇는 6개의 큰 길을 조선 육대로라고 하는데 영남로는 한양에서 동래까지 잇는 제4로였다. 경기도에서 이 길은 성남, 용인, 안성, 이천을 지난다.
이천과 안성 경계부터 함께한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언덕 경작지 너머로 십자가가 달린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천주교 죽산성지다. 1866년 천주교 병인박해 때 신자들이 처형당했던 곳이다. 과거에는 고려 때 몽골군이 진을 쳐서 이진(夷陳)터라고도 했다. 이곳은 1994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해 24기의 순교자 묘역, 대성당 등을 갖춘 순교성지로 조성됐다. 순례자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은 순교자의 무덤이라는 곳이다. 좌우에 대나무를 형상화한 현암비가, 가운데는 이름 없는 순교자의 묘가 자리한다.
가슴 아픈 역사의 장소를 떠나 걸으면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용설호수다. 낚시 좌대가 그림 같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호수를 둘러싼 산책로를 따라 걸을 수 있다. 용설호수를 지나면 산길 구간이다. 칠장산 정상을 앞두고 칠장사로 내려오면 목적지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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