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서 만난 지인들에 사기 행각
피해금 100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최시민씨(43·가명)가 친한 형을 따라 골프 동호회에 가입한 것은 2021년 5월. 골프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필드에 나가기 시작한 최씨는 동호회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다만, 한 번 나갈 때마다 적어도 20만원 넘게 지출이 발생하면서 최씨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그러던 중 동호회에서 만난 이모씨(40대 후반)라는 지인이 ‘골프장 할인 예약’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씨는 동호회에서 회원들에게 “단체예약을 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나를 통하면 할인율이 조금 더 높다”며 할인 예약 전문가 행세를 했다. 그 말에 혹한 최씨는 다른 지인을 따라 이씨에게 예약을 요청했고, 300만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이씨는 동호회에서 수천만원을 입금받은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씨의 범행에 당한 회원만 10명이 넘었다. 이씨의 말처럼 예약이 제대로 이뤄진 골프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최씨는 다른 회원들과 함께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접수한 부산 해운대경찰서 수사5팀은 비슷한 사례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인근 경찰서에서도 유사 사건이 발생한 것을 확인한 경찰은 지난해 4월 해운대경찰서를 집중수사관서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자만 50여명. 피해자마다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이씨에게 사기를 당했다. 총 피해금액은 무려 7억7000만원. 이씨 혼자 벌인 범행이었지만, 워낙 금액이 컸기에 경찰은 이씨의 행방을 쫓는데 집중했다.
꽁꽁 숨은 이씨가 경찰의 수사망에 포착된 것은 수사 4개월만인 지난해 8월 말. 부산이 아닌 인근 지역에서 도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는 결국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이씨를 체포해 곧장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 역시 이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검찰도 이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이씨는 현재 구속 상태로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골프장 예약을 미끼로 한 사기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5월에도 인천에서 골프장 예약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라운딩 신청을 받은 매니저가 예약금을 받아 가로챘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골프장 예약 앱 운영업체 A사는 지난 9일 사기 혐의로 골프장 예약(부킹) 매니저를 고발했다. 자사 앱을 이용한 고객 110여명이 이달 초 매니저에게 골프장 예약금 6200여만원을 보냈으나 매니저가 잠적했다는 게 A사의 주장이다.
이 매니저는 고객들에게 ‘사정상 예약이 취소됐다’는 문자만 보내고, 예약금은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매니저는 해당 업체에 소속된 정식 직원도 아닌 '프리랜서 매니저'였다.
이보다 앞선 4월에는 광주·전남 지역을 무대로 골프장 예약과 그린피 인하 등을 약속한 후 돈을 가로챈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여성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여 동안 광주와 전남 순천·광양시 등에서 성수기 골프장 예약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예약과 그린피 할인을 조건으로 현금을 받은 후 잠적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여성은 성수기 단체골프 예약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50만~500만원까지 자신의 통장으로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확인된 사례만 25건에 피해 금액은 1억여원이 넘는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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