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투자광풍 휩쓸리면 손해보기 십상
상승장 놓칠까 무턱대고 투자 "FOMO증후군"
'주식 고수' 내세워 돈 가로채는 사기 수법도
"투자초보, 영향력·팔로우 수 믿으면 안돼"
#. 직장인 최민정 씨(28)는 최근 현대로템 등 국내 방산 테마주에 투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피격 사건 이후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명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로 분류되는 방산주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소식을 유튜브로 접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 유튜브를 보다가 지금 놓치면 더 올라갈 것 같아서 재빨리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최근 금융업계에 불고 있는 투자 트렌드는 '디토 투자'다. 영향력 있는 인물이 추천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를 칭하는 '디토 소비'에서 따온 말로, 투자에서도 특정 인물이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대부분 충분한 지식 없이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에 쉽게 휩쓸릴 수 있고 이는 투자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또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 즉 포모 증후군(Fear Of Missing Out Syndrome)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27일 투자업계에서는 정부의 동해 석유·가스전 탐사 발표와 맞물려 관련 테마주가 형성되고 주가 급등락이 커진 것, 선거 때마다 정치인 테마주로 돈이 몰리는 것, 트럼프 피격 사건 후 코인 상승장이 펼쳐지는 것 등에 디토 투자, 포모증후군 투자가 나타나기 쉽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들여다보면 정부의 동해 석유·가스 매장 발표로 석유·가스 시추와 관련 없는 한국석유 주가가 급등하거나 정치인과 기업 대표가 동문 ·동향이라는 이유로 정치인 테마주가 형성돼 돈이 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디토 투자, 포모증후군 투자의 가장 큰 위험성은 잘 모르고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사기나 손실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주식 고수', '투자 고수' 행세를 하며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채는 사기 범죄 조직들이 주로 활용하는 무대다. 지난해 7월 주부 인플루언서 A씨는 2017년 4월부터 2021년 7월까지 피해자 7명으로부터 110억8000여만원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각각 5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8년의 중형을 확정받았다.
인스타그램에서 '주식 고수', '주식 단타 여신'으로 불리던 A씨는 조작한 주식투자수익 사진과 함께 고급 외제 차와 명품 사진 등을 올려 자신의 부를 과시했다. 또 남편, 아들 등 가족과 함께하는 단란한 일상을 게재하며 피해자들로부터 신뢰를 샀다. 이를 믿었던 피해자들은 그에게 대리 투자를 부탁했다가 고스란히 돈을 잃었다. 하지만 사실 그는 주식과 선물거래로 40억여원의 손실을 냈고 신용카드 대금, 아파트 관리비 등도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 교수는 주식에 투자할 때 후광효과를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후광효과는 일부 특성에만 주목해 대상에 대한 비객관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일종의 사회적 지각 오류를 말하는 것으로, SNS에서 보이는 팔로워 수, 부의 과시 등 일부 모습만 보고 대상을 신뢰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후광효과가 주는 허상에 속아 사기를 당하기 쉽다"며 "SNS 팔로워가 많고, 그 안에서 자신을 잘 포장하면 마치 경제 전문가처럼 느껴져 신뢰하게 되는 것이다. 투자 사기 중에서 SNS를 통해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투자를 처음 하거나 잘 모르는 초보자들은 영향력 있는 사람을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돈을 가로채는 사례가 많다"며 "기본적인 지식 없이 무작정 영향력이 있다거나 전문가라는 말만 믿고 투자를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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