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군사부터 우주·자원·보건·교통 망라
北 전쟁 지지에 푸틴이 내줄 수 있는 '선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군사 협력 수위 주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험한 회담'이 시작됐다. 이번 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고 군사적 협력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 나선 양측 대표단의 면면 역시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군사·우주·자원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19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낮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북·러 확대 정상회담이 열렸다. 양측 정상 외에 북한 인사들이 6명, 러시아 대표단이 13명 참석했다. 북한 측에서는 김덕훈 내각 총리와 최선희 외무상,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성남 당 국제부장, 임천일 러시아 담당 외무성 부상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 대표들은 인원수부터 북한의 2배 이상이다. 외교·군사부터 우주·자원·보건·교통 등 분야도 더 다양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지지하며 포탄을 내준 김정은 위원장에 푸틴 대통령이 내줄 수 있는 '선물'과 맞아떨어진다.
러시아 대표단은 데니스 만투로프 제1 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부문 부총리,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으로 구성됐다. 로만 스타로보이트 교통부 장관,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장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러시아대 대사,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국방차관,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연방우주공사) 사장, 올레그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도 배석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을 통해 밀착을 한껏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점적으로 협력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 단연 '군사 분야'다. 양측은 이미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위성기술 지원 등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선 북한과 러시아가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에 준하는 수준의 군사 협력을 맺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조항이 포함됐던 조·소 우호조약은 소련 붕괴 시기에 파기됐다.
우주 분야도 우려가 큰 대목이다. 북한이 러시아의 전장에 포탄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를 제공해 왔다는 증거는 이미 상당히 포착된 상태다. 대가는 기술이다. 우리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회담에 보리소프 우주공사 사장이 참석한 만큼 북한의 우주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방안이 한층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회담 때도 러시아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제·산업 분야 협력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석유 등 에너지를 담당하는 노박 부총리와 고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이 대표단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는 대북제재를 어기고 정해진 기준 이상의 석유를 북한에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정책을 포함해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일관되고 확고한 지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결과로 우리는 오늘날 양국관계 구축에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며 "오늘 장기적으로 양국관계의 기초가 될 '새로운 기본 문서'가 준비돼 있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은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강한 러시아의 중요한 사명과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며 "러시아와 인민이 주권을 수호하려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데 전폭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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