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3명·말레이시아인1명 납치 시도
2명 탈출해 신고…2명 몸값 지불 뒤 풀려나
필리핀 경찰관이 관광객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오토바이에 탄 경찰관 2명이 중국인 3명과 말레이시아인 1명 등 외국인이 탄 고급 승용차를 세우고, 수갑을 채워 납치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2명은 몸싸움 끝에 간신히 탈출해 당국에 신고했고, 붙잡힌 관광객들은 폭행당한 뒤 몸값 250만 필리핀 페소(5840만 원)를 지불하고 하룻밤 만에 풀려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과 풀려난 관광객들의 진술을 토대로 범행에 가담한 경찰관 4명을 체포했다. 벤허르 아발로스 내무장관은 이 중 간부급 경정 1명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다른 차량 운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납치범 일당이 차를 세운 뒤 관광객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납치범 중 1명은 경찰복 차림이었다.
경찰은 이들 경찰관 4명을 납치·강도·차량 탈취 등 혐의로 기소했다. 또 경찰관이 아니지만,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나머지 용의자 10명도 추적하고 있다.
아발로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건에 경찰관이 관여한 점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 사건은 공적 신뢰와 경찰력 핵심 가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한편, 필리핀에서는 2016년 북부 루손섬 앙헬레스 지역에서 현직 경찰관 등이 한인 사업가 지익주씨(당시 53세)를 납치, 살해했다가 주범들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이후에도 경찰관이 연루된 강력 범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앞서 국제형사재판소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재임 당시 전국 23만명이 넘는 경찰을 "속까지 썩었다"고 비난하면서도 마약 단속을 하며 수천 명을 살해하는 초법적 살인을 승인했다며 이를 반인도적 범죄로 보고 조사해 왔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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