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주요 주주인 미국 최대 연기금 대표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총 560억달러(약 76조6920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지급하는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미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의 마시 프로스트 CEO는 29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해 "아직 테슬라와 대화하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 보상안이 회사의 실적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캘퍼스는 테슬라 주식 약 950만주를 보유한 상위 30대 투자자 중 하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발언이 "머스크 CEO 보상안에 대한 반대 여론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주요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 역시 최근 테슬라 주주들에게 해당 보상안이 '과도한 규모'라며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한 상태다.
앞서 테슬라는 2018년 주주총회를 통해 머스크 CEO에게 총 560억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 1월 델라웨어 법원이 소액주주가 제기한 무효 소송에 손을 들어주면서 뒤집혔다. 이에 테슬라 이사회는 6월13일 열리는 주총에서 스톡옵션 지급안 등에 대한 표결을 재상정한 상태다.
주총을 앞두고 현재 스톡옵션 지급안을 찬성하는 주주들은 2018년 이후 테슬라의 시장가치가 기존 500억달러에서 57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는 점과 이 과정에서 머스크 CEO의 공로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가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판매 감소, 주가 급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대규모 스톡옵션 보상안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머스크 CEO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캘퍼스의 프로스트 CEO 발언에 대해 "(보상안의) 모든 계약상의 이정표가 달성됐으므로 그녀가 말하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캘퍼스는 그들의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월에도 엑스를 통해 "25%의 의결권(지분) 없이 테슬라를 인공지능(AI) 및 로봇 공학 분야의 리더로 성장시키는 것은 마음이 불편하다"며 이 정도의 지분을 갖지 못한다면 "테슬라 외부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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