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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한복판에 깔린 좌판…소방차 못들어가는 명동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5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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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 간판 길 따라 늘어서
중구청 계도에도 단속 한계
처분시 사유지 여부 확인해야
상권 특성 상 전면 근절 어려워

지난 27일 오후 3시40분께 찾은 서울 중구 명동대로의 한 골목길. 각종 업소에서 설치한 불법 노상 적치물을 피하려는 관광객들로 혼잡한 모습이 이어졌다. 벽돌로 고정됐던 한 옥외 간판은 관광객의 팔에 부딪힌 뒤 뒤뚱거리다 쓰러지기까지 했다. 이 길목의 도로 폭은 약 4m로, 성인 10명이 일렬로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놓여진 노상 적치물로 인해 성인 5명도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 도로 폭이 좁아졌다.


이처럼 길가에 놓인 불법 노상 적치물로 도로 폭이 비좁아지면서 위급 시 소방차와 구급차 진입로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대형 화재와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통상 5분으로 보는 출동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목길 한복판에 깔린 좌판…소방차 못들어가는 명동 지난 27일 서울 중구 명동의 길 한복판에 의류 좌판대가 놓여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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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대·옥외 간판에 비좁아진 도로…중구청 단속에도 한계

소방청은 노상 적치물로 통행이 어려운 도로들을 자체 기준에 따라 소방차 진입 곤란 지역 또는 진입 불가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기준에 따르면 폭 2m 이하 또는 장애물로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구간이 50m 이상이 되는 장소는 소방차 진입 불가 지역으로 분류된다. 도로 폭이 3m 이상이지만 상습적으로 놓인 장애물에 가로막혀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구간이 50m를 넘는 곳은 소방차 진입 곤란 지역에 해당한다. 서울에서 소방차 진입 곤란 또는 불가 지역으로 분류된 곳은 총 328곳에 달한다.


앞서 찾았던 골목길 역시 2.5m 폭의 중형 소방펌프차가 진입하기에는 턱없이 좁았다. 심지어 한 좌판은 길목 정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있어 보행자들이 이 주변을 한 바퀴 돌아서 가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서울 중구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불법 노상 적치물 단속에 나서고 있다. 관리 용역 직원 3명이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명동 일대를 돌며 상인들을 상대로 구두 계고를 하고 있다. 거듭된 계고에도 좌판대를 치우지 않는 상인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현행 도로법상 불법 노상 적치물은 최대 15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골목길 한복판에 깔린 좌판…소방차 못들어가는 명동 지난 2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길목에 상인들이 내놓은 옥외 간판과 좌판대가 길 따라 늘어서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전면 금지 현실적으로 어려워…비상시를 대비한 예행 훈련 필요

하지만 불법 노상 적치물을 근절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상인들이 단속 인원의 눈을 피해 일시적으로 간판을 치웠다가 다시 내놓거나 일부 상인이 규정을 어길 경우 다른 상인들도 경쟁적으로 적치물을 길가에 내놓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일부 상인이 과하게 노상 적치물을 내놓다 보니 주변 상인들도 서로 경쟁하듯이 길 앞으로 나오는 일이 생겼다"며 "해당 상인에 대해 행정처분을 고려 중이나 문제가 생긴 길목이 사유지인지부터 검토해야 해서 처분다운 처분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상인들은 명동 일대의 임대료가 워낙 비싸다 보니 경쟁하듯 좌판대를 놓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명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김모씨(45)는 "명동 가게의 한 달 월세가 1000만원이 넘는다"며 "다들 불법인 줄 알면서도 어떻게든 수익을 내려고 간판 하나라도 길에 내놓으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구청도 불법 노상 적치물을 전면 금지할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관광지인 명동의 특성을 고려해 50cm의 자율 정비선을 그어놓고 이를 넘어서는 가게들을 상대로 매일 계도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지역 특성상 모든 불법 노상 적치물을 치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관할 시·군·구청이 비상시를 대비해 적치물 정리 예행 연습을 하는 등의 조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불법이긴 하지만 관광지인 명동 일대에서 상인들에게 옥외 간판이나 좌판대를 모두 치우라고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며 "비슷한 사례를 겪은 전통시장들은 좌판대에 바퀴를 달도록 하고, 비상시를 대비해 적치물을 치우는 예행 훈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출동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명동 상인들이 위기 상황을 대비해 적치물을 빠르게 치울 수 있도록 사전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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