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승계공제, 부 대물림 지적 적절치 않아
가업 원활히 물려받아야 고용 창출, 법인세 등 기여
정부 지원 부족한 한국…사실상 상속세율 세계 1위
제도 개선, 사회적 인식 변화 필요
22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에서 열린 '채텀하우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중소기업 승계의 문제점과 보완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여상훈 빅드림 경영혁신실장, 박화선 중소기업중앙회 기업성장실장,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자산승계본부장, 송공석 와토스 회장,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사회 = 이동혁 바이오중기벤처부장
<사회>중소기업 승계와 관련한 현재 상황을 진단해달라.
<토론자 A>가업승계 제도는 매해 개선돼 왔다. 2008년도에 본격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졌고, 현 정부에서 사전 증여 한도가 확대됐다. 또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도 기존 5년에서 15년으로 확대했다. 큰 틀에서는 안정적인 가업승계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생각한다.
<토론자 B>가업승계 제도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현실에선 여전히 빈틈이 있다. 예를 들어 사위가 장인의 회사를 승계할 경우 법적으로 가업승계 제도 지원을 못 받을 수 있다. 가업승계는 친족이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가업승계 범위를 더 확장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사회>중소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승계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토론자 D>회사를 키우는 데 전념하던 젊은 시절에는 자식에게 승계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인이 승계를 하려면 장기간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던 시절이다. 그러다가 승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세금이 발목을 잡는다. 이어받을 아들이 거의 60%의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세금을 내고 나면 하나도 남는 게 없어진다.
<토론자 C>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매년 노력해서 가업 상속 공제제도는 완벽에 가깝게 만들었다. 하지만 공제제도 사전, 사후요건이 너무 까다롭다. 요건을 완화하려고 하면 부의 대물림이라고 공격을 받는다. 일부 대기업 등의 편법 승계를 지켜본 우리 여론은, 중소기업 승계를 그와 똑같이 본다. 기업이 승계돼서 사업이 유지돼야 국가는 세금을 걷고 직장인은 월급을 받는데, 이런 효과를 내는 중소기업 승계의 가치를 잘 모른다.
<토론자 A>부의 대물림이란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 가업상속 공제는 세금을 장기적으로 완전 면제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세금 부담을 낮춰서 가업을 승계하도록 해주면 나중에 그 기업이 법인세를 내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다. 세금 공제라는 표현을 쓰니 부의 대물림으로 보지만, 본질은 기업이 대를 이어가며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임을 알려야 한다.
<사회>우리와 유사한 상황을 앞서 겪은 일본은 어떤가.
<토론자 D>흔히 일본의 상속세율이 55%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우리는 50%로 두 번째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현재 일본도 가업을 물려받을 사람이 없어서, 정부에서 오히려 돈을 지원하면서 승계받도록 한다. 일본은 특례법으로 2027년까지 유예세액 확대를 비롯해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다양한 부담 감면 등의 지원을 한다.
<토론자 C>상속세율 외에 상속공제 대상도 살펴봐야 한다. 영국, 미국, 프랑스는 배우자 상속세가 없다. 일본도 배우자의 법정 상속분에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자녀 상속분에 대해서만 최대 55%의 상속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배우자 공제가 최대 30억원에 불과해 100억원대가 넘는 기업의 승계 시에 큰 의미가 없다.
<토론자 A>일본은 2008년 가업승계와 관련한 경영활성화법을 만들었다. 일본의 승계 지원 제도에는 인수합병(M&A) 지원, 금융 지원 등이 종합적으로 담겨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승계 지원은 세금에만 치중한다. 일본 법규를 벤치마킹해서 가업승계 지원 제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
<사회>중소기업계는 세제 지원도 불충분하다고 보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토론자 E>비상장 중소기업 주식은 경영권 유지용일 뿐, 자산 가치로는 사실상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를 물려받으면 별도의 현금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종잇조각 물려받기를 포기하고 폐업할 수도 있다. 그러면 고용 문제가 발생한다. 사회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토론자 D>상장 주식을 승계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주식 승계는 4개월 평균 단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책정한다. 내 경우,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는데 승계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올랐다. 이미 승계 시점을 정해둔 상황인데, 승계 1주일 전부터 '승계한다'는 이슈만으로 주가가 올라서 막대한 세금을 내게 생겼다. 이는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인 ‘밸류 업’과도 상충한다.
<토론자 A>외국에는 재단이나 신탁을 통해 가업을 승계하는 경우가 많아 상속세와 관련한 해법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토론자 C>세금 공제 한도를 금액으로 결정하니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금액으로 한도를 정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과 독일은 전체 자산 비율을 기준으로 한다.
<사회>가업승계와 관련해 겪는 또 다른 문제는.
<토론자 E>가업 상속인이 표준산업분류상 대분류 내에서 업종을 변경하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승계받으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대분류가 변경돼 상속세 공제 등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버지는 문구 유통업체를 창업했다. 대분류상 유통업이었다. 하지만 나는 유통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자체 브랜드 과학교구를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통업에서 제조업으로 대분류가 바뀌면서 과세특례를 못 받게 된 것이다. 승계받은 기존 사업을 관련 분야로 발전시켰더니 승계 지원을 못 받게 되는 건 모순 아닌가.
<토론자 D>과학 교구 사례를 본다면 유통업에서 제조업으로 그리고 더 발전해 교육업으로도 갈 수 있는 것이다. 사업 연관성이 있을 때는 대분류 기준 적용을 받지 않고 승계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토론자 E>가업승계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승계받을 차세대 경영자는 회사를 성장 발전시키고 싶은데, 그런 시도를 제도와 규제가 가로막으면 안 된다.
<토론자 A> 가업승계 세제지원을 받은 뒤 5년 내에 대분류를 벗어난 업종으로 변경할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를 전액 추징한다. 이것도 최근 기준이 상당히 완화된 것이다. 이처럼 관련 법규 개선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요즘 기업을 유지 발전시키려면 기존산업 재투자 못지않게 신사업 투자도 해야 하고, 연구·개발(R&D)에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가업승계에 있어 법적인 문제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토론자 E>가업승계를 준비하면서 여러 규제에 가로막혀 힘든 점이 많지만, 우리 사회 인식이 중소기업의 승계를 쉽게 생각하는 측면도 있다. 회사를 승계받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친구에게 토로했더니 “문구점이 무슨 기업 승계야”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친구도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일반인은 중소기업 승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싶었다. 아버지는 작은 유통업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나는 사업을 잘 계승해서 발전시키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렇게 노력해서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도 적잖게 냈지만 세간의 인식은 그렇지 않아서 위축된다.
<토론자 C>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승계에 대한 입법 지원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없다. 그러다 보니 부의 대물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만 놓고 봐도 그렇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사업자가 자식 등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가업 상속재산에서 최대 600억원까지 과세가액을 빼주는 제도다. 유사한 제도가 있는 독일의 경우 해당 제도 이용 건수가 1만건이 넘지만, 우리나라는 200~300건에 그친다. 제도가 있음에도 다른 규제 등이 걸림돌이 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입법을 하려면 부의 대물림이라는 지적이 나와서 주저앉는다. 그 결과 제도 개선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
<토론자 D>법규를 마련해도 적용에 대한 디테일이 미비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승계 지원이든 규제든, 자의적 해석이 필요 없도록 명확한 적용 기준이 함께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담당 공무원 유권해석에 의존해야 한다. 중소기업인은 지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도, 담당 공무원이 안 된다고 하면 그만이다. 상장사의 경우 주가를 가지고 세액을 정할 때도 문제다. 현재 회사의 BPS(주당순자산가치)가 1만1000원대로 나오는데, 세금이 확정될 때는 6000원 정도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나머지 5000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명문화가 전혀 없다. 디테일이 부족해 곤란한 경우가 너무 많다.
<사회>가업승계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요약해서 정리해달라.
<토론자 C>개인 자산 승계와 기업 승계의 구분이 필요하다. 공익 법인을 활용해 가업을 승계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공익재단을 이용한 가업을 승계하면 해당 기업이 영속할 수 있도록 증여세를 감면해 주는 방식이다. 가업상속공제는 상속할 때 바로 상속세를 내는 것이 아닌, 자본이 실현돼 이득이 발생했을 때 매기는 자본이득세와 유사한 지원책을 담고 있다. 규제를 완화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론자 E>새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에 편성하는 예산과 기존 중소기업 승계 지원에 편성된 예산을 비교해보면 스타트업 지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창업도 중요하지만 기존 기업이 승계를 통해 영속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또 승계 기업을 위한 R&D 지원 등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제도적인 지원이다. 작은 기업을 발전시켜 고용 창출도 많이 했고, 세금도 많이 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금수저를 왜 지원해줘야 하냐고 말한다.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정책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토론자 A>젊은 후계자가 승계를 잘 받아서 가업에 투자하고 사업을 혁신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를 위해 준비한 자금을 3개월 이상 예금 등에 넣어 두면 투자 자산 관련 세금 혜택 등을 주지 않는다. 투자하려고 모은 예비 자금도 규제를 하는 것은 보완할 부분이다.
<토론자 D>승계 시점에서 자산 가치를 고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 유류분에 대한 문제도 있다. 사망 이후 자산 규모가 커지면, 상속자의 기여 여부와 관계없이 커진 자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일부 위헌 결정이 나오고 있지만 판례에 의존하지 말고 법제화해야 한다.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 달라. 유산세는 피상속인의 유산 총액에 따른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자 취득하는 재산에 따른 세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중소기업 지분을 여러 명의 자녀가 나눠서 승계받는 경우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면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토론자 B>세제 혜택뿐 아니라 승계에 대한 사전 교육도 중요하다. 일본에는 가업을 승계받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센터가 있다. 여기서 승계 관련 컨설팅, 법률 지원까지 해준다. 이 비용은 모두 국가에서 부담한다. 우리도 이런 종합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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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승진 기자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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