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를 이끄는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가 예상만큼 떨어지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며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솔로몬 CEO는 22일(현지시간) 보스턴칼리지에서 열린 경영자 오찬 행사에 참석해 "나는 여전히 '제로 컷'(zero cuts, 금리를 인하하지 않음)"이라며 "우리가 더 끈적끈적하게 고착화된(stickier) 인플레이션 상황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누적된 긴축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빨리 완화하지 않으면서 고금리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발언은 인플레이션 재반등 우려를 지적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직후 나왔다.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서는 최근 몇 달간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고,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얻기까지 당초 예상보다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연방준비제도(Fed) 당국자들의 판단이 확인됐다.
특히 솔로몬 CEO의 제로 컷 발언은 이르면 9월 첫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시장의 예상보다도 훨씬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Fed가 9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60%가량 반영 중이다. 올해 최소한 1~2회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4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예상치를 하회하며 인하 기대감을 재확산시키고 있다.
솔로몬 CEO는 이날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꽤 강하다면서도 모든 미국인이 성장, 인플레이션의 여파를 동일하게 경험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명목상이 아니라 누적되는(cumulative) 것"이라며 최근 식료품 체인 경영자들과의 대화에서 고객들이 인플레이션발 가격 인상에 대응해 구매를 줄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는 "(저소득층 외)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소비)습관을 바꾸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솔로몬 CEO는 미국과 달리 경기둔화 우려가 큰 유럽에서는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르면 6월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 지정학적 리스크 등 세계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우려점도 지적했다. 솔로몬 CEO는 "지정학적 취약성은 우리가 당분간 함께해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미국 내 산업정책에 대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접근을 요구하며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 인공지능(AI) 기술 채택에 따른 추가 전력망 부담 등을 지적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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