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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정담]'역대 최장수' 오유경 식약처장… "식품의약 안심 사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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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만 외교하는 것 아냐… 규제 외교 분야 새롭게 노력"
'세계 최초'식품 규제기관장 협의체 신설…초대 의장 맡아
마약 예방·재활 전담팀 신설… 마약재활센터도 전국 확대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7일로 재임 2년을 넘기면서 식약처 창설 이후 최장수 처장이 됐다. 그는 제약회사, 대학, 정부를 두루 거치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의 모든 면을 경험한 최고 전문가이다. 학자로서의 그는 현재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을 리드하는 트렌드인 표적약물전달시스템과 나노물질 연구가 주전공이다. 서울대 약대 학장을 맡았을 때는 이 대학 자연계열 전 단과대를 통틀어 최초의 여성 학장으로 주목받았다. 이어 한국약제학회 회장과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이사장직을 겸직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연구와 교육 분야를 함께 책임졌다.


[만보정담]'역대 최장수' 오유경 식약처장… "식품의약 안심 사회 만들겠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16일 충북 청주 오송호수공원을 걷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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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오 처장은 사진 촬영을 위해 봄바람에 흩날리는 머리를 다듬으면서 충북 청주시 오송호수공원을 걸으며 "업무 시간 중에는 처장실 회의 테이블에서 일어날 틈도 없지만, 퇴근 후엔 관사 근처인 이 공원 산책로를 걷는다. 주말에 서울 집에 올라오면 둘레길이나 공원을 찾아 1만5000보를 꽉 채워 걷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되도록 소식하는 것도 그의 건강 비결이다. 오 처장은 "소식하면 몸에 부담이 덜하고 두뇌 회전이 잘 되어 생각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처장과의 일문일답.


-식약처장 취임 이후 규제 외교에 힘을 쏟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식품과 의약품은 사람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주므로 다양한 규제를 받게 된다. 이 중 과도하거나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에선 규제 혁신, 외국을 대상으로는 규제 외교를 추진한다. 세계 각국은 다양한 규제를 통해 자국에서 사용되는 식품과 의약품 안전을 관리한다. 이 중에 우리나라의 규제와 다른 것들도 많다. 규제 외교가 중요한 이유는 식약처가 외국 규제기관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 문제 해결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외교는 외교부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규제 외교는 식약처가 직접 나선다. 일례로 K-푸드가 글로벌 인기를 끄니 외국에서 견제한다. 관세장벽은 자유무역협정(FTA) 등 때문에 어려우니 이전에 없던 식품 기준을 강화해 비관세장벽을 세운다. 우리 식품회사가 해당국 정부와 직접 협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양국 규제기관끼리 직접 만나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이 한국 라면에서 검출된 에틸렌옥사이드 관련 성분을 지적하며 수출을 가로막던 규제를 식약처가 EU 보건식품안전총국과 직접 협상해 철폐시킨 성과가 있다.


-EU 식품규제당국을 어떻게 설득했는가.

▲우리나라가 해당 성분의 안전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담은 자료를 EU보건식품안전총국에 제출해 설득했다. 영상회의를 시작으로, 우리 대표단을 두 차례 EU에 파견해 대면 협의를 하면서 합리적으로 설명해 18개월 만에 수출 제한을 취소시켰다. 이러한 과정이 식약처가 강화하고 있는 규제 외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식약처가 주도해 창설한 아프라스(APFRAS, 아시아태평양 식품 규제기관장 협의체)는 어떤 기구인가.

▲한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간 식품규제기관장 협의체이다. 규제기관 실무자가 아닌 각국의 규제기관장이 직접 만나서 협의하는 기구이다. 글로벌 식품규제기관 협의 기구는 아프라스가 세계 최초이다. 지난해 중국 등 7개국이 참여해 출범했고, 올해 11개국으로 회원국이 늘었다. 이번 달 서울에서 개최한 제2회 협의체 회의에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3개 국제기구도 참가했다. 아프라스는 우리 산업체가 타국 규제기관을 만나는 통로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지난 1월 회원국 동의로 아프라스 사무국을 우리 식약처에 설치했다. 현재는 출범을 주도한 우리나라가 의장국이지만 의장국은 바뀌게 된다. 아프라스와 같은 국제기구 사무국이 한국에 있으면 향후 의제 조율 등의 리더십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 1분기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K-뷰티'가 새로운 글로벌 히트 아이템이 되고 있다. 규제 기관인 식약처가 화장품 수출 지원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가.

▲화장품 수출시 가장 중요한 점은 수입국의 규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글로벌 규제조화 지원센터' 플랫폼을 구축해 주요 수입국의 규제 정보를 국내 화장품 업계에 제공하고 있다. 법제처와 업무 협조를 통해 해외 화장품 관련 법령을 번역해 우리 업계에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연말까지는 주요국의 화장품 정보를 국문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식약처는 중국, 일본 등 K-뷰티 주요 수입국을 방문해 우리 화장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원아시아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국내 규제 혁신은 어떻게 추진하는지 이야기해달라.

▲취임 이후 국민 안전과 무관한 불합리한 규제 180가지를 개선했다. 올해엔 '규제혁신 3.0' 과제를 통해 소상공인의 어려움, 국민의 불편함, 미래를 위한 선제적 준비, 행정의 디지털화 등 4가지 테마로 80개 과제를 발굴해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매년 80만건씩 들어오는 수입식품심사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365일 24시간 작동하면서 기존에 길면 이틀씩 걸리던 수입심사를 5분으로 단축했다. 이는 단순히 업체를 위한 행정 효율화만이 아니라, 통관을 위해 식품을 보관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으로서 소비자가 더욱 신선한 수입 식품을 섭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디지털의료제품법'이 개정됐고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치료기기(DTx)가 속속 나오고 있다. DTx 지원과 관련한 계획은 어떤가.

▲인지행동 치료를 위한 제품 등 현재 DTx 27건이 임상시험 중에 있다. DTx는 기존 의료기기와는 달리 AI나 소프트웨어 등에 기반하고 있어 형태가 없고 빠르게 변화하며 융합하는 특성이 있다. 식약처는 DTx 특성을 반영한 평가 및 허가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인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 데이터를 활용해 임상시험을 하는 DTx의 특성을 고려해 승인 대상과 제출서류를 완화하고 변경 시 승인 절차도 개선할 계획이다. 국가 연구·개발로 개발되는 제품이 시행착오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개발부터 임상시험 설계까지 맞춤형으로 밀착 지원을 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조·품질관리체계(GMP) 분야에서 개선책을 마련했다고 알고 있다.

▲우선,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으로 나누어 평가·관리하던 GMP를 완제의약품 중심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원료의약품 등록 절차는 현장실태조사 대신 WHO 등 국제 GMP 기준에 맞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증명서 제출로 간소화하고, 완제의약품 허가를 위한 제조소 점검 시 원료의약품 공급자 평가 및 관리 실태까지 포함하여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원료의약품 등록 기간이 기존 120일에서 20일로 단축돼 허가 속도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의약품 허가 또는 제조소 적합판정 신청시 제출하는 GMP 평가자료는 현행 11종에서 4종으로 간소화하여 제약업계의 부담을 덜 계획이다. 국내 제조소 GMP 적합판정 체계도 개선한다. 지금까진 허가 후 국내 제조소에 대한 GMP 평가 관리를 3년 주기로 연장하고 있었다. 이 적합판정서 유효기간 산정기준을 '실태조사 종료일 기준 3년'에서 '기존 유효기간 만료일 다음 날 기준 3년'으로 개선한다. 또한 제조소 내 중대한 변경이 없는 경우에는 서면조사 등으로도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해 현장조사 실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만보정담]'역대 최장수' 오유경 식약처장… "식품의약 안심 사회 만들겠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6일 충북 청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취임 이후 마약 재활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규제기관인 식약처가 치료·관리에 나서는 까닭은 무엇인가.

▲식약처가 마약류관리법의 주관 부처이다. 마약과 관련해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 써야 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다. 정부의 마약 정책을 식약처가 총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마약 대처는 국내 반입을 차단하고 유통, 사용자를 처벌하는 '범죄' 정책 위주였다. 하지만 ‘예방’과 ‘재활’에 대한 정책은 미비했다. 이는 과거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었기 때문인데, 요즘은 국내에도 마약이 확산하다 보니 예방과 재활이 중요해졌다.

현재 마약 치료를 위해 병원에 한 달 이상 입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마약 중독은 한 달 만에 낫지 않는다. 중증 중독자의 집중 치료는 병원에서 가능하겠지만, 그 이후 평생 재활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식약처는 재활 과정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팀을 신설했다. 마약문제 관련 상담 센터인 ‘1342 용기한걸음센터’도 개소했다. 2023년 세 곳이었던 함께한걸음센터(마약류 중독재활센터의 새 이름)는 현재 3곳을 추가로 개소하였고, 올해 내로 17개소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마약재활센터에선 상담을 통해 어떤 종류의 마약을 얼마나 어느 정도 오래 했는지 등을 파악한다. 이에 따라 재활치료 접근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약 중독자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재활을 지원한다.


-약학박사로서, 요즘 남용되고 있는 마약성 의약품 위험성에 관해서 설명해달라.

▲필로폰 등은 물론, 펜타닐 등 마약성 의약품을 남용하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다. 마약성 의약품은 의존성이 매우 강하다. 사람의 정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하면 습관성과 의존성이 생기고 끊으면 강력한 금단증상이 생긴다. 향정신성 비만치료제도 복용을 중단하면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으므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의존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의약품관리 시스템을 통해 통제해야 한다. 이런 약물을 누구나 언제든지 어디서나 처방받아 복용하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위험하다.


-최장수 식약처장으로서 향후 계획은 어떤지.

▲지난해가 식약청이 식약처로 승격된 지 10주년이었다. 당시 국민이 식약처에 무엇을 바라는지 들어봤는데,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이 '식품의약 안심이 일상화된 세상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국민 바람을 식약처 장기 비전으로 세우려 한다.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식품산업, 제약바이오산업 현장 및 소비자단체와 소통하고, 외국 규제기관과도 협력하며 '식품의약 안심 일상화 사회'의 기반을 더욱 탄탄히 갖추겠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1965년생 ▲서울대 제약학과 졸업 ▲미국 뉴욕주립대 약학박사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개발실 ▲특허청 심사관 ▲차의과학대 교수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교수 ▲서울대 약대 교수·학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아시아태평양식품규제기관장협의체 초대 의장




대담=이동혁 바이오중기벤처부장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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